폐교 위기 속 ‘나홀로 졸업식’… 전교생 11명과 아쉬운 작별
입력 2010-02-16 18:17
“저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양구 방향으로 승용차로 30분, 배후령 길을 굽이돌면 오봉산 자락 끝에 북산면 유일의 초등학교인 추곡초등학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16일 한 여학생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김진영(13·사진)양이다.
올해 이 학교 졸업생은 진영이 한 명뿐. 1973년 소양강댐 준공으로 수몰지역이 생기면서 1만명에 달하던 주민은 800여명으로 줄었다. 교실의 빈자리도 늘어갔다. 진영이의 졸업으로 이제 이 학교 재학생은 11명, 올해 신입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졸업생이 한 명이라 상은 진영이가 독차지했다. 받은 상만 9개. 진영이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상패를 의자 옆에 차곡차곡 쌓았다.
졸업생 답사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선 진영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더 큰 세상에 나아가려는 저를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담임인 윤석주(33) 교사는 졸업식이 끝난 뒤 자랑스러운 제자를 꼭 안았다. “힘내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윤 교사의 말에 진영이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진영이 주위를 맴돌던 재학생들은 누나, 언니의 졸업이 아쉬운 듯 말이 없었다.
진영이의 ‘나홀로 졸업식’ 소식에 지역 주민과 동문 80여명도 졸업식에 참석했다. 졸업을 축하하는 잔치라고 하기엔 주민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폐교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4회 졸업생 박장수(55)씨는 “선생님과 벽돌을 나르며 지은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진영이도 후배들 걱정에 발을 떼지 못했다. 학교를 떠나며 진영이는 동생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너희 졸업할 때도 꼭 축하해주러 올게.” 진영이가 떠난 학교 운동장엔 눈발이 흩날렸다.
춘천=글·사진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