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가계부채 위험 간과하지 말아야
입력 2010-02-16 18:11
2010년에도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은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각종 잠재적 불안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주요기관들에 의해 자주 지목되는 요인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가계부채 규모가 지속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리스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OECD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 가격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중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인한 판매신용은 경기침체로 감소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3분기까지 20조원가량 늘어났다. 가계부채에서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지난 수년간 빠르게 증가해 온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과 매우 밀접한 추이를 보인다. 금번 위기로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주택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많게는 30%까지 가격이 하락한 반면 국내 주택시장은 큰 변화 없이 일부 지역에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저금리로 인한 낮은 차입비용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하면서 가계부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 대출 여전히 많아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부실화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0.48%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37%에 불과하다. 주택대출의 규모를 담보자산가치와 비교하여 나타내는 LTV 비율 또한 50% 미만으로 70∼80%에 이르는 미국 및 영국과 대조적이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카드버블이 저소득층 위주로 발생하면서 가계부채 조정으로 이어진 것과는 달리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대체로 중상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해 높은 신용도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들의 보유자산이 대부분 실물로 구성돼 있어 유사시 부채부담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자산 규모는 다소 취약한 수준이라고는 하나 실물자산 등 담보 가치를 고려할 때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하겠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가계 부채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인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차입한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08년 10월말 22%에서 최근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2009년 6월말 14.7%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출구전략 시행으로 저금리 기조가 마감될 경우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아 재무구조가 취약한 저소득층이 생계 및 사업자금 등을 위해 대출을 늘린 것에도 일부 기인하고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충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열쇠
가계부채와 관련해 가계부채의 규모와 건전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계부채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에서 투기적 요인들을 가능한 배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는 합리화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관련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LTV, DTI 규제들이 도입됐으나 향후 차입자인 가계의 소득 등 특성을 고려해 대출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변동금리 위주인 국내 대출의 관행을 점차 고정금리로 유도하는 것도 향후 금리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형민(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