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밴쿠버 승전보에 방송사들 할 말 있나

입력 2010-02-16 20:57

동계올림픽장에서 낭보가 잇달아 날아들고 있다. 한국의 주력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이정수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금, 은메달이 나왔다. 육상의 100m 달리기에 해당하는 남자 500m 경기에서 신진 모태범 선수의 금메달로 한국 빙상의 숙원을 풀었다. 14일에는 남자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낚아 스피드 장·단거리에서 한꺼번에 개가를 올렸다.

이 같은 성적은 선수단과 코치진의 부단한 노력, 정부 지원 등이 만들어낸 희망의 선물이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분야의 입상은 각별한 뜻을 지닌다. 그동안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종목인데다 서양인에 비해 체력의 열세인 것으로 여겨 관심권 밖에 두었으나 모태범 선수의 단단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가슴 후련한 통쾌함을 맛봤다.

아쉬운 점은 밴쿠버에서 전해지는 감동을 온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방송중계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태는 2006년 SBS가 대회의 독점 중계권을 따내면서 예측된 바다. SBS로서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한 만큼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겠지만 상업방송도 공공재인 전파를 잠시 빌려 사용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약 이전에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시청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KBS와 MBC도 떳떳하지 못했다. 올림픽과 같은 중요한 취재 현장을 쉽게 포기한 것이나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뉴스 시간에 스틸 사진을 곁들인 단신 기사로 내보낸 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경쟁사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두 방송사가 어제 밤부터 SBS가 제공하는 영상을 사용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선택에 있다. 당장 올 6월에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2개의 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 등 3개의 올림픽에서도 이번과 같은 파행 중계가 계속될 경우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방송 3사는 2006년의 기억을 잊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국제 스포츠가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