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봐라” 포드車 그린팀은 ‘아줌마 드림팀’… 포브스, 워킹맘 일터 소개

입력 2010-02-16 20:57


자동차는 남자의 세계다. 그런 거친 곳에서 여성 6명으로 구성된 팀이 10여년째 미래 환경차에 관한 연구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서 대두(大豆) 같은 천연 원료로 친환경 자동차 부재를 개발하는 ‘그린팀’이다.

데비 미엘레위스키(46)가 이끄는 이 팀 구성원은 모두 자녀를 둔 아줌마들이다. 2001년 그가 이 팀의 수장이 된 이래 일궈낸 성취는 괄목할 만하다. 대두를 원료로 한 자동차 시트, 무거운 플라스틱을 대체할 밀짚 섬유, 쓰레기 매립지로 갈 처지였던 고철의 재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브스는 최신호(9일자)에서 남녀 혼성, 혹은 남자뿐인 조직과는 달리 여성으로만 구성된 특징을 살려 성공스토리를 일궈낸 그린팀의 일터 문화를 소개했다. 6명의 멤버는 워킹맘을 배려한 업무의 유연성과 팀워크가 성공의 열쇠였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엄마의 고충을 나누며 끈끈해진 유대감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육아나 교육 정보를 나누고, 아이들 생일선물에 관한 소소한 정보도 주고받는다. 갑자기 아픈 아이 때문에 출근을 못하는 동료를 대신해 기꺼이 업무를 맡는다.

근무 시간이나 행태도 사정에 따라 조절한다. 12세, 9세 두 딸을 둔 패티 티번햄(42)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당시 풀타임 업무를 주 32시간으로 줄였다. 미엘레위스키는 “생각하는 걸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는 여성 특유의 소통 방식도 유대감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편견에 좌절할 때도 있었다. 엘렌 리(39)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포드의 바이오(bio) 애송이’로 불렀을 때의 황당함을 털어놨다. “화공학 박사 학위에 관련 분야 10년 이상 종사 경험이 있는 우리더러 애송이라니 말이 되나요?”

성취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무기다. 신시아 플래니건(36)은 6년 고생 끝에 자동차 시트를 불룩하게 만드는 대두를 재료로 한 기포를 만들어냈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이 천연 재료는 현재 포드 9개 모델, 200만대에 장착돼 있다. 티번햄은 페인트를 벗기는 기술이 없어 고철이 됐던 부품들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압 스팀을 가해 자재의 손상 없이 페인트를 벗겨내는 이 기술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포드의 모든 차량 부속품을 재생 가능하게 만드는 게 공동의 목표다.

10년을 동고동락하며 워킹맘으로서의 애환과 전문가로서의 성취의 기쁨을 나누는 이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포드의 글로벌 트렌드 담당자인 셰릴 코넬리는 “여성이 갖는 모성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처럼 뛰어난 실적을 내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고 극찬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