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통신] 외신들 “모태범이 모두를 쓰러뜨렸다… 놀랍다”
입력 2010-02-16 20:44
새롭게 떠오르는 별이 있으면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별도 있게 마련이다. 예상을 뒤엎은 승자의 환호 뒤에는 예상 외의 부진으로 고개를 떨군 선수들도 있다.
○…모태범(21·한국체대)이 16일(이하 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은 “한국 선수들이 빅 오벌(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을 모태범이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모태범이 한국에 쇼트트랙 이외 종목의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모태범이 모두를 쓰러뜨렸다”는 제목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자국 선수의 은·동메달 획득을 전하며 “모태범이 아시아의 메달 싹쓸이를 해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500m 랭킹에서 1·2위를 달리며 유력한 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이강석(25·의정부시청)과 이규혁(32·서울시청)의 부진에 많은 빙상인들이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빙상 전문가들은 빙판 정리 시간이 예상외로 길어졌다는 점을 두 선수의 메달 획득 실패 이유로 꼽았다. 빙판 정리가 1시간 이상 지체되면서 랭킹 1·2위였던 두 선수의 심리적 압박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는 것이다. 경기가 늦춰지면서 얼음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정상의 선수에게는 악영향을 끼쳤다. 다른 선수도 똑같은 여건이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 최정상급이었던 두 선수에게 상황의 변화는 누구보다도 크게 느껴졌다는 분석이다.
○…은퇴한 지 3년 만에 빙판에 복귀한 중국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베테랑 선쉐(31)-자오훙보(36)가 ‘3전 4기’ 끝에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쉐-자오훙보는 1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139.9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6.66점)를 더해 216.57점으로 1위에 올랐다. 1992년부터 호흡을 맞춘 두 선수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사상 처음 중국에 올림픽 메달을 안겼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중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2007년 은퇴했지만 3차례 올림픽에 나가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데 그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3년 만에 현역 복귀를 선언한 선쉐-자오훙보는 이번 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꿈을 이뤄냈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