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받고 해외수출 등 한국 발레계 큰 이정표

입력 2010-02-16 17:56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난 15년간 한국 발레계에 의미있는 흔적을 많이 남겼다.

1995년 초연된 락 발레 ‘현존’ 3부작은 모던발레를 지향점으로 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발레의 상징인 토슈즈와 로맨틱 튀튀를 벗는다. 소재는 환상에 젖은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찢어진 청바지, 롤러스케이트, 뒷골목 젊은이들은 기존의 무용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줄리아드 예술대학 출신인 제임스 전 안무가의 창의성은 빛났다. 시간을 너무 앞서간 탓에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공연이 거듭될수록 진가가 드러났다. 서울발레시어터는 내년에 ‘현존’을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창고’(사진)는 3∼4일간의 단기 공연 일색인 발레계에 한 달 동안의 장기 공연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창고’는 1970∼80년대를 지나온 40대 초반의 남자가 등장하는 이른바 386세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클래식, 팝, 가요, 락, 재즈 등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요소요소에 배치한 작품이다. 제임스 전 안무가는 예술성과 흥행성을 자신하며 이 작품을 내놨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2001년 10월 6일부터 원래 36회 공연하기로 했던 ‘창고’는 28회만 하고 막을 내렸다. 공연 기간에 9·11 테러가 발생하며 사회적인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 소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발레 무대로 새롭게 꾸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가족발레의 개념을 만든 작품이다. 이전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발레는 ‘호두까기 인형’이 거의 유일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000년 처음 선보인 이후 전국에서 공연되며 발레 대중화에 일조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창작 작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설립 의지를 실천했다. 2001년 미국 네바다발레단에 ‘생명의 선(Line of Life)’을 시작으로 ‘이너 무브(Inner Moves)’ ‘12를 위한 변주곡’ 등을 로얄티를 받고 수출했다. 올해는 최초로 국내 발레단체에 로얄티를 받고 작품을 판매했다. 국립발레단이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가족발레 ‘코펠리아’는 공연 중간에 말풍선이 등장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 등 제임스 전 안무가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