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주도 300억대 분식회계… 회계사 5명 기소
입력 2010-02-15 18:47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거나 평가해야 할 공인회계사가 오히려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하고 사례비까지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증권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회사는 분식회계 덕에 수개월 동안 주식거래가 이뤄지면서 개인투자자만 엄청난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5일 코스닥시장에서 양계가공업체 S사의 상장폐지를 피하려는 대주주 이모씨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등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회계법인 ‘화인’의 백모씨 등 회계사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120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S사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분식회계를 의뢰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이씨를 불구속기소했다.
백씨는 2008년 5월 화인이 외부감사로 있는 S사의 대주주 이씨로부터 S사가 자회사에 빌려준 돈 280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며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도록 감사보고서 의견을 바꿔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백씨는 후배 회계사들과 함께 전담팀을 꾸려 각종 계약서를 위조하는 등 수법으로 S사의 당기순손실을 314억원에서 0원으로 바꾸는 등 허위 재무제표를 만든 뒤 이를 근거로 당초 ‘의견거절’이었던 감사보고서를 ‘한정의견’으로 바꿨다.
의견거절은 기업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대한 사안이 있을 경우 내는 것으로 상장사는 자동으로 코스닥시장에서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반면 한정의견은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재무제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회계사가 허위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사이 S사의 채권자와 S사 측 김모 변호사 역시 자신들의 채권 등이 휴지가 될 것을 우려해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의 법률자문의견서를 냈다.
허위 감사보고서로 인해 S사는 코스닥시장에서 10개월가량 더 버텼다. 이 사이 S사의 주식 7억6535만주(거래액 1569억원)가 거래됐다. 검찰은 당초 백씨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백씨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화인에 대해 6개월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화인은 회계사가 81명으로 회계업계 9위에 올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주도한 것은 드문 경우”라면서 “외부감사를 맡을 수 있는 회계법인의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