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그리스 재정위기 공범”… NYT “대형은행과 짜고 분식회계”
입력 2010-02-15 20:24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街)가 그리스 정부의 재정위기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은폐하기 위해 월가의 대형은행과 짜고 분식회계를 하는 바람에 적자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고 현재의 위기상황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분식에 앞장선 회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체이스다. 이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위기의 원인이 된 파생금융 기법을 활용해 그리스 정부가 눈에 띄지 않게 부채를 늘리도록 기여했다.
2001년 골드만삭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편입한 직후인 2001년 통화스와프(서로 다른 통화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 방식으로 유럽연합(EU)의 규제를 피해 수십억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대가로 그리스 정부로부터 3억 달러를 받았다. 그리스 재무부 대변인은 “그리스 정부가 최근 수개월 동안 여러 은행을 접촉했지만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고 부채는 투명하게 다뤄졌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각기 다른 셈법 때문에 EU의 그리스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재정위기 극복을 지원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했다”는 발표와는 달리 유럽 강대국 간 견해차로 파행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특별정상회의 직전 가진 막후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이 그리스 구제안을 밀어붙이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