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은 바이든-체니… 전-현 美부통령 TV 공방

입력 2010-02-15 20:24

전·현직 미국 부통령이 ‘TV 공방전’을 전개했다. 같은 날 각기 다른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상대방 행정부의 테러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 저격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선공을 가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14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추가 파병 결정은 옳았다”면서도“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을 빨리 결정하지 않아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중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테러 용의자 처리 방식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이들을 민간법정인 아닌 군사법정에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서 “체니 전 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입수했거나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며 “역사를 다시 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해 달라”며 “체니 전 부통령은 역사나 사실을 다시 쓸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전쟁은 엄청난 전비가 낭비된 가치 없는 전쟁이었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체니 전 부통령은 “20세기 최악의 독재자 중 한 사람이었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그 정권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라크전을 옹호했다.

다만 바이든 부통령과 체니 전 부통령은 서로를 가리켜 ‘멋진 친구’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극단적 대립은 자제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 때까진 전·현직 부통령의 설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