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역사 바닥 석면은 검출 기준조차 없어
입력 2010-02-15 20:54
전국 신고 안된 제거공사 많아 안전관리 구멍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전철 1∼4호선 역사 중 천장에 석면으로 뿜칠이 된 17곳이 특별관리대상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승강장과 역사의 석면제거 공사현장에서 측정하는 공기 중 석면 농도가 언제나 기준치를 밑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는 석면특별관리역사에 대해 월 1회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석면제거 공사현장에서는 매일 수차례 각각 석면 농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측은 그러나 승강장 바닥의 먼지에서 검출되는 석면에 대해서는 기준치가 없다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이행하는 사업주는 절차 및 방법, 석면 흩날림 방지 및 근로자 보호조치를 담은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경고표지와 위생설비의 설치 등을 해야 한다. 뿜칠된 석면을 제거하려면 창문, 벽, 바닥 등은 비닐 같은 불침투성 차단재로 밀폐하고 해당 장소를 음압으로 유지해야 한다. 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품질이 낮은 국산 음압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석면제거 절차가 규정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에 설치된 공조장치와 덕트(환기통로배관)의 이음새를 메우는 데 쓰는 개스킷은 백석면을 90% 이상 함유하고 있다. 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이를 주기적으로 청소할 때 로봇청소기의 철제 솔이 개스킷을 긁는 바람에 석면이 흩날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청소 작업자와 승객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현재 노동부에 등록된 석면 해체·제거업체는 전국 1050개에 이른다. 한 해 석면 해체·제거작업이 진행되는 공사현장은 1만400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신고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석면제거 공사가 몇 건인지는 모른다. 이들 공사현장을 지방노동청 소속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300여명이 일일이 다 감독할 수는 없다. 서울지방노동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신고한 내용으로 미뤄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돼도 현장에 나가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key Word 석면
석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이라는 뜻이다. 직경이 사람 머리카락의 5000분의 1에 불과한 섬유상 규산광물의 무기물질이다. 불연성, 내열성, 절연성, 내마모성 등의 특성을 지녀 건축자재, 군수물품용으로 널리 쓰였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흡입할 경우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산업보건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환자가 2032년쯤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