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석면’… 해체냐? 안정화냐?
입력 2010-02-15 20:52
그냥 두기엔 너무 위험
해체도 기술·비용 부담
전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철도청, 그리고 석면 전문가들은 이미 사용된 석면의 관리와 제거 작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석면 해체를 미루는 게 오히려 낫다고 지적했다. 국산 음압기의 낮은 효율 등 낙후된 기술, 전문인력 부족, 낮은 단가와 속도전이 우선인 우리나라 건설공사 관행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는 “석면 함유 건축물은 건드리지 않는 게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영국은 일부 지하철 역사에서 석면이 문제되자 전철과 일반인의 통행을 아예 금지시키고 제거 공사를 했다.
반면 서울메트로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노동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으로 석면 해체·공사는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철거와 안정화 두 가지 대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송태협 박사 연구팀은 석면 안정화를 위한 무기질계 침투성 경화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석면날림방지제는 나노실리카와 알칼리 이온을 석면 표면에 부착시켜 석면의 미세분진을 크게 만들고 시멘트, 석고 등의 결합력을 높여 석면의 날림을 방지하게 된다. 송 박사팀에 따르면 침투성 경화제는 비산 방지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은 백석면이 약 14% 함유된 판상형 석면 건축자재를 대상으로 진동 및 풍압을 가했을 때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했다. 경화제로 처리한 경우 그렇지 않은 때에 비해 45∼60%의 농도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표면이 파손된 석면 건축자재의 경우 약 78%가 감소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산업안전정책과 김광석 사무관은 “석면 제거 공사의 단가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건설공사의 표준인건비 항목에 석면해체공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석면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석면제거 절차와 대기질 측정기록을 포함한 진행 사항 일체를 통보하도록 하고 노동부가 이를 인터넷에 공개해 주민들의 감시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