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설 民心… 親李 “박근혜가 너무한다”-親朴 “대통령이 밀어붙여”
입력 2010-02-15 18:29
與野 의원들 지역구에 가보니…
설 연휴를 지역구에서 보낸 여야 의원들은 15일 한목소리로 세종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제발 싸우지좀 말고 경제를 살리라’는 게 대부분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심에 대한 해석은 여야와 계파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민심은 세종시 내용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둘 중 누가 잘했느냐’에 관심이 쏠려있었다고 지적했다.
친이계 정태근(서울 성북갑) 의원은 “세종시 원안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고,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게 너무한다는 소리도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김선동(서울 도봉을) 의원은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약속과 신뢰가 잘 지켜지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서울이지만 접하는 민심은 천양지차인 셈이다.
또 친이계는 수정안 쪽으로, 친박계 의원들은 원안 쪽으로 각각 여론이 기울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특히 박 전 대표 지역구가 있는 대구 지역 의원들은 ‘절대 원안사수’를 외치는 민심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법도 제각각이었다. 친이계 권택기(서울 광진갑) 의원은 “토론을 하고 이게 옳은지 아닌지는 빨리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 현기환(부산 사하갑) 의원은 “언론과 대정부질문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밝힌 만큼 다시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야당=야권은 경제난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여 갈등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진표(경기 수원영통)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라고 이명박 정부를 뽑았더니 일자리는 이렇게 못 만들면서 난데없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여 온 나라를 이전투구로 만든다는 점에서 민심이 상당히 험악했다”고 밝혔다. 박주선(광주 동) 의원도 “대통령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는 등 존경과 신뢰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특히 어려운 가정집에 갔더니 ‘무슨 강도 타령이냐’, ‘끼니도 어려운 상황에 여당과 대통령의 싸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충청 민심에 대해 자유선진당 권선택(대전 중) 의원은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에 대한 내용보다는 절차나 믿음, 신뢰 부분을 중시하는 분위기였고 이는 향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지지층)의 균열이 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은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으로 민주당 입지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같은 당 강기정(광주 북갑) 의원은 “정동영 의원도 들어왔으니 손학규 전 대표도 복귀해 당내 인물을 키워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장희 강주화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