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억달러 규모 외자 유치”
입력 2010-02-15 18:17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미끼로 6자회담 재개의 물꼬를 트고 있으며, 화폐개혁 등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이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북·중은 입장 조율을 마치는 대로 미국 등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과 최종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통인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 1주일 이상 머물며 외자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그는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투자그룹 이사장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 등에서 미화 100억 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풍그룹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과 복수의 다국적 기업이 대풍그룹과 대북 투자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면서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에서 투자 조인식을 가질 계획이며, 전체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선(先) 유엔제재 해제’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향후 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에 이어 지난 9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서도 양국의 투트랙 접근 정황이 포착된다.
김 부상은 지난 11일 베이징 소재 세인트 레기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중 문제, 조선평화협정 체결 문제,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중국 측과)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해제 요구와 이와 맞물린 경제 지원 문제가 언급되지 않아 발언 의도에 관심이 모아졌다. 양측이 정무와 경제를 분리해 논의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신중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국내 현안으로 인해 대외 정책에서 여유를 찾기 힘든 미국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탄력성’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만일 북·미 대화를 한 차례 더 한다거나 북한에 새로운 양보안을 제시했는데도 북한이 이를 거절할 경우, 또는 비핵화 성과 없이 6자회담을 재개했을 경우 오바마 정부는 국내에서 비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1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특사로 방북했던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13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와 “북한은 한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이 유익했다고 평가한 파스코 특사는 그러나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