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지수로 보면 원貨 아직도 저평가… 경기회복세·유럽 위기 여파 혼재

입력 2010-02-15 20:21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을 두고 시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시소의 양끝에 자리 잡은 무게 추는 내부변수와 대외변수다.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면 환율은 내려가고(원화가치 상승),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불거지면 결과는 그 반대로 나온다. 환율 시소게임은 당분간 계속되더라도 추세적 환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달러 시소게임 원인은=최근 원·달러 환율은 1150∼1170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원화 등 다른 통화들은 달러 대비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적당한 선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원화가치만 놓고 보면 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흑자와 함께 금융위기를 통해 실물경제 기초체력이 확인된 신흥시장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율 하락 압력에도 외환시장에선 “환율 방향을 예단할 수 없는 장세”라고 입을 모은다. 대외변수와 대내변수가 극심한 눈치 보기 장세를 이끌고 있는 탓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15일 “원화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중장기 추세는 강세(환율 하락)”라며 “다만 유럽 일부국을 중심으로 한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등 글로벌 금융 불안요인이 부각되면서 1월 중순 이후 상승 반전돼 1100원대 후반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맥지수로 풀어 본 원화가치=그렇다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얼마나 저평가돼 있을까.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빅맥지수를 통해 2월12일 기준 원화가치를 추산한 결과 달러화의 구매력에 비해 17.6%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맥지수는 각국에 진출한 맥도날드 햄버거의 대표 메뉴인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수다. 지난해 초 원화의 빅맥지수가 30% 이상 저평가됐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지난달 -16%대까지 내려섰던 원화가치는 최근 들어 다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해 이후다. 달러화 선호현상이 사라지면 달러 약세와 함께 원화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경희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돼 2013년쯤 연평균 1000원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