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성과급 줄이고 스톡옵션 없앤다

입력 2010-02-15 18:01

올해부터 은행권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가 퇴출되고 성과급 지급 규모도 최소화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로부터 달러 유동성과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아 금융위기를 모면한 은행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 임원에 대한 고액 연봉 논란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KB금융지주는 경영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아예 주지 않을 방침이며, 신한·우리금융지주는 성과급 규모를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급은 물론 직원들까지 성과급을 주지 않기로 했다”며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 이 같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3063억원으로 전년보다 36.6% 감소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보다 총자산은 물론 당기순이익 규모에서도 뒤져, 경영진에게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실현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특히 신한지주는 임원들에게 경영성과금 외에 별도로 제공해온 스톡옵션을 올해부터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단기성과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체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목표 양해각서(MOU)를 15% 정도 초과 달성했으나 성과급 지급은 최소한에 그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건설사 부실 등 잠재적인 리스크가 남아있는데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성과급을 아예 주지 않거나 지급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보는 오는 4월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구제금융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룬 금융사들은 막대한 보너스를 챙길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JP모건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400억 달러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을 일으켰다.

시중은행들은 앞서 임원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달러를 조달받아 금융위기를 겨우 넘긴 뒤 대규모 스톡옵션을 받아 ‘돈 잔치’를 벌였다는 본보(2009년 3월 21일자 1·3면)의 지적에 따라 성과급을 모두 반납했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