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아이티 돕기 모금액 150억원… 성숙한 나눔문화 확인

입력 2010-02-15 20:13

한국교회와 기독 NGO가 지난 1개월 동안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를 돕기 위해 모은 성금이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와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공동으로 벌인 캠페인에만 32억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월드비전 26억원, 굿네이버스 22억원, 컴패션 14억원 등 국제적인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독NGO들도 많은 성금을 모았다. 이외에도 기아대책 등 2∼3개 단체들도 각각 10억원대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져 기독 NGO들의 모금액만 9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교단의 아이티돕기 캠페인도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예장 통합은 17억원을, 이달 말까지 모금을 벌이고 있는 예장 합동은 12억원을 모았다. 기하성, 순복음 등 여타 교단들도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에 모금액을 전달했다. 기성은 3억8000만원을 모금했다. 감리교는 2억2000만원, 예장 고신 1억8000만원, 예장 백석은 1억원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예성, 구세군대한본영 등도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쳤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 교회가 단시일 내에 엄청난 후원금을 모금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중국의 쓰촨성과 인도네시아 쓰나미, 필리핀 대홍수 등 세계 곳곳에서 재앙이 일어날 때마다 모금 운동과 현지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처럼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일사불란하게 연합 구호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교회와 기독교 NGO들의 구호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고 조직적이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조현삼 단장은 지난달 13일 참사가 난 다음날부터 4명의 구호팀과 함께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펼쳤다. 월드비전과 기아대책, 굿피플, 한국컴패션, 굿네이버스 등도 지진 직후 긴급 구호팀을 아이티에 보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현지 카리브교회협의회를 통해 지원에 나섰으며 남서울은혜교회와 부산의 소망성결교회 등은 최근까지도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손인웅(덕수교회)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공동대표는 “한국교회 내에 이번 아이티 돕기는 열풍과도 같이 확산됐다”면서 “이는 2007년 12월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에 엄청난 인력을 보내 도운 것과 비교되는 것으로 한국 교회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였다”고 밝혔다.

손 공동대표는 또 “이번 일은 기독교인들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한국 사회와 문화, 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 내린 소중한 기회가 됐다”면서 “그동안 다양하게 전개되던 한국교회의 섬김운동이 한국교회희망봉사단으로 일원화된 것도 이번의 큰 액수의 성금이 모여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이제훈 회장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는 자부심, 이에 따른 책임의식은 사람들이 성금을 내는 대열에 동참하게 만들었다”면서 “특히 기독교계는 이 같은 책임의식을 실제 모금활동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섬김 운동을 한 차원 높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한국교회는 이번 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더욱 자원봉사나 해외지원 분야에서 선도적인 책임을 감당함으로써 사회의 향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중식 신상목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