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걸그룹, 멤버는 가도 브랜드는 남는다?… “팀원 조화보다 상품성 우선” 네티즌 비난

입력 2010-02-15 17:57


“아이돌은 나사 하나 빠지면 곧바로 새로운 나사를 끼워 춤추게 하는 로봇인가?” 지난달 23일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선미가 탈퇴하고 새 멤버 혜림이 투입된다는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걸그룹이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팀의 생명력이 멤버 개인에게 있던 예전과는 다른 풍조다. 이는 기획사

의 주도아래 만들어지는 아이돌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또한 상품성에만 급급한 아이돌 음악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인기 걸그룹 대부분은 멤버 탈퇴와 교체를 겪었다. 애프터스쿨은 소영의 탈퇴 후 2명을 투입했다. 티아라도 지난해 6월 2명이 탈퇴하고 새 멤버 전보람을 합류시켰다. 5인조 걸그룹 카라도 김성희의 탈퇴로 구하라 강지영 2명을 추가한 바 있다.

특기할 것은 멤버 탈퇴로 인한 수습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 2008년 말 김성희의 탈퇴로 진퇴양난에 빠졌던 카라는 10개월의 진통 끝에 구하라 강지영을 새로 영입했다. 지난해 5월 두 멤버의 탈퇴를 겪은 티아라는 1개월 만에 새 멤버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소영이 탈퇴를 발표한 애프터스쿨도 3개월 만에 2명을 영입해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달 23일 선미가 탈퇴한 원더걸스는 곧바로 새 멤버 혜림을 소개했으며 혜림은 1개월도 안돼 공식석상에 원더걸스로 등장했다.

멤버의 빈자리가 그룹 활동에 차질을 빚거나 영향을 미지치 않고, 오히려 새롭게 포장돼 활동이 재개되는 모습에서 아이돌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예전에는 그룹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멤버 개개인이 곧 그룹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름’(브랜드)만 남고 멤버는 부속물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레드 제플린은 드러머 존 보넴이 사망하자 더 이상 레드 제플린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안했다. 비틀스도 새 멤버 투입없이 해체했다”면서 “아이돌의 상품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음악 문화의 일부분인데 이런 경향이 확산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네티즌 ‘참치’는 “요즘은 멤버 하나가 빠진다고 해서 끄덕 없다. 그 이유는 그 멤버가 빠져도 음악성에 훼손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돌 그룹에 있어서 음악은 그저 단지 예능 방송에 나올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UM’은 “밴드는 세션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 음악이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팀원들끼리의 조화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면서 “아이돌 그룹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보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이러한 현상이 과해지는 것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