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 민심은 “그만 싸우고 빨리 해결하라”

입력 2010-02-15 18:55

설 연휴를 끝낸 정치권이 이른바 설 민심을 앞세워 세종시 공방을 격화시킬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전인수 식 민심 해석은 여당 내부에서 더하다. 친이(親李) 의원들은 수정안, 친박(親朴) 의원들은 원안 쪽으로 민심이 기울었다고 상반되게 주장한다. 공통된 것은 세종시를 둘러싼 여여(與與) 갈등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알아챈 점이다. 야당 의원들은 여여 갈등에 대한 비판과 세종시 수정안 반대 입장을 여론으로 부각시켰다. 여야가 공감한 설 민심은 일자리와 체감경기에 대한 우려였다.

세종시 수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여부가 판가름나게 되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내의 합의 도출 여부로 결정된다. 그러나 친이, 친박 의원들이 말하는 설 민심은 기존 대립 구도를 변경시키는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다. 다만 민심이 ‘강도(强盜)론’으로 빚어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갈등을 심히 못마땅하게 보는 것은 분명한 만큼 이를 빨리 봉합하는 것이 민의를 받드는 정치인의 금도(襟度)이다.

한나라당 내분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민주당의 비극이다.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 민심을 원군으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고 6월 지방선거를 기약하려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말로 경청해야 할 민심은 “제발 그만 싸우라”는 것이다. 여당은 당내에서, 여야는 국회에서 싸움만 하는 ‘투쟁 국회’에 대한 환멸과 증오는 국민을 정치에 대해 기대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정책은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여 발목을 잡는다”는 한 초선 의원이 전하는 민심을 뼈에 새겨야 한다.

여야의 견강부회에서 벗어난 진짜 설 민심은 세종시 논란을 빨리 끝내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 달라는 것이다. 원안이 됐건, 수정안이 됐건 한나라당은 당내에서, 여야는 국회에서 토론하고 민주주의 대원칙인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필요하다면 만날 수 있다”는 상황이 아니다. 지도자가 필요 여부를 계산할 게 아니라 조건 없이 만나서 따지고 조정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