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연체이자까지 장난치나
입력 2010-02-15 18:55
국내 12개 은행들의 대출 연체이자 부당 징수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103만5000건의 대출에 대해 125억4000만원의 연체이자를 더 받았다. 금융소비자를 무시해온 은행들의 나쁜 관행이 또 한 꺼풀 벗겨진 셈이다.
토요일이 납부기한이면 그 다음 주 월요일을 납부기한으로 보고 화요일부터 연체이자를 받아야 옳지만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일요일부터 연체이자를 물렸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들이 과다 부당 징수한 이자를 올 6월 말까지 모두 환급토록 했다.
하지만 5년 이전의 부당 징수 이자에 대해서는 환급이 안 된다. 상법상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부당 징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는 쉽게 근절되지도 않는다.
예컨대 대출 및 연체이자의 일수 계산에서 대출·연체 발생일과 이자 납입일을 모두 포함하는 양편 넣기가 금융권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이뿐 아니라 영업시간 이후 대출 원리금을 납입하는 경우 이를 다음날 납입한 것으로 간주해 결과적으로 연체이자를 물도록 하는 금융기관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제도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양편 넣기가 문제로 제기됐지만 이후로도 그 관행은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에서 7개 은행이 2006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양편 넣기 일수 계산으로 128억원의 이자를 부당 징수했다.
대부업법에 규정된 이자율 상한선인 연 49% 이상의 고금리를 사취하는 금융기관도 최근 적발됐다. 이달 초 12개 은행과 22개 저축은행을 포함, 총 66개 금융회사가 상한선을 웃도는 금리를 받아 106억원을 부당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은 그 특성상 돈벌이 능력이라는 상업성과 금융소비자 친화적인 공공성이 동시에 요청된다. 금융소비자를 우롱하는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 것은 비단 감독 당국의 몫만은 아니다. 금융권 자체의 노력과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