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대 패밀리’가 보여준 나눔의 정신

입력 2010-02-15 18:55

성균관대 캠퍼스 주변 상인들의 선행이 화제다. 이 대학 주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 가운데 학교 측과 장학금 기부 약정을 맺은 상인이 최근 1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약정액수는 무려 44억8500만원으로 이 대학 문과대생 1400여명의 한 학기 등록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시작은 조촐했다. 지난 2008년 11월 학교 인근 한 음식점 주인이 2억원을 기부금으로 희사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때만 해도 대학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단발성 미담사례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파급력은 예상외로 컸다. 소식을 접한 인근 상인들이 너도나도 기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학교 서울 캠퍼스는 물론 수원에 있는 자연과학캠퍼스 인근 상인들도 다수 동참했다.

드디어 최초 기부자가 나선 지 462일 만에 기부 참여 상인들은 10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형편에 따라 각자 300만∼2억원을 내게 된다. 업종도 음식점 잡화점 서점 문구점 병원 약국 미용실 안경점 꽃집 제본사 자동차정비소 등 다양하다. 한 고시원 업주는 기부금 대신 월 35만원짜리 방 1개를 학교에 기증했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신입생 부모들이 자녀 거처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봐오다 방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읽혀진다. 성균관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이런 기부 참여 상인들을 ‘성대 패밀리’로 부른다. 가족처럼 가깝고 서로 돌봐주는 사이가 됐다는 얘기다. 학교 측은 기부금이 종자돈으로 꾸려지면 장학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한다. 머지않아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을 덜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될 터이다.

‘성대 패밀리’는 이제 대학가에선 나눔과 상생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것이 다른 대학들에도 전이되었으면 한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등록금을 내느라 빚더미에 올라있는 학생, 휴학하는 학생들이점점 늘고 있다. ‘성대 패밀리’처럼 학교 인근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