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日에 3대1 ‘도쿄대첩’… 설날 동아시아축구선수권 승전보
입력 2010-02-15 17:44
젊은 피들이 허정무(55) 감독을 구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3대1로 제압했다. 2승1패(승점 6)가 된 한국은 중국(2승1무·승점 7)에 우승컵을 내주면서 2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도쿄대첩’으로 설날 국민들에게 기분좋은 선물을 선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7년 가까이 이어졌던 일본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A매치 상대전적에서 39승20무12패로 우위를 지켰다.
중국과의 2차전에서 어이없는 0대3 참패로 궁지에 몰렸던 허 감독을 살린 선수들은 젊은 태극전사였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주역인 대표팀 막내 이승렬(21·서울)과 김보경(21·오이타),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우승 멤버 신형민(24·포항)이 바로 그 주인공.
이승렬은 이동국(전북)과 함께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측면 미드필더 자원인 김보경은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다.
한·일전이 주는 무게에도 각각 A매치 다섯 번째와 네 번째 출전에 불과한 이승렬과 김보경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32분 이동국의 페널티킥 동점골을 이끌어낸 것도 두 선수였다. 이승렬의 스루패스를 받아 김보경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돌파해 들어가자 일본 수비수 우치다 아쓰토가 반칙으로 막아내다 페널티킥을 내줬다.
지난 7일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이승렬은 전반 38분에는 직접 결승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정면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슛이 일본 수비수 나카자와 유지의 몸에 맞고 공이 굴절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골키퍼 나라자키 세이고가 전진한 것을 보고 과감하게 슈팅한 이승렬의 판단이 돋보였다.
김보경은 2-1로 일본의 파상공세에 시달리고 있던 후반 25분 역습 찬스를 맞자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김재성에게 한 박자 빠른 패스를 전달해 쐐기골까지 도왔다. 신형민도 주장을 맡았던 김정우가 후반 초반 퇴장당하며 한때 밀리는 경기를 펼치는 상황에서 허리에서 제몫을 다했다.
허 감독은 경기후 “국내 선수 중에 훌륭한 재목이 두루 발굴되고 있다”며 이들 젊은 피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표 선수들은 15일 귀국한 뒤 곧바로 해단식을 갖고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대표 선수들은 27일 K리그 개막전을 치른 뒤 28일 다시 소집된다. 이날 곧 바로 영국으로 출국해 다음달 3일 런던에서 열리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준비하게 된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