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태권도학과 첫 외국인 졸업생 이탈리아인 이엔나씨 “태권도 정신·예의에 매력”
입력 2010-02-15 17:43
1983년 세계 최초로 태권도학과를 개설한 경희대에 첫 외국인 졸업생이 탄생한다. 주인공은 17일 학사모를 쓰는 이탈리아 출신 공인 4단의 실력자 마르코 이엔나(27)씨다.
태권도에 인생 전부를 걸었다는 이엔나씨는 오는 9월엔 대학원에 입학, 석·박사 과정도 밟을 계획이다. 그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이탈리아로 돌아가 태권도 연구와 보급은 물론 보고 느끼고 경험한 한국의 모든 것을 알리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로마에서 태어난 이엔나씨는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인이 관장으로 있는 ‘모노폴리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시작했다. 멋있고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태권도장을 찾았던 그는 이탈리아에 태권도를 전파한 박영길·선재씨 형제와 만나면서 태권도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태권도 안에 들어있는 정신과 예의는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배우면 배울수록 이러한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으로 유학 갈 것을 결정했다.
한국행에 앞서 언어에 익숙해지고 한국인과 친해지기 위해 현지 한국 기업체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2005년 입국해 서강대 어학당에서 본격적인 한국어 학습에 들어갔다. 경희대 태권도학과를 목표로 입국했지만 경희대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입학을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학교를 찾아가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끊임없이 졸랐다. 결국 경희대는 입학을 허가했고 이엔나씨는 그렇게 첫 외국인 입학생이 됐다. 태권도학과에 다니면서 한국어학과를 복수 전공한 덕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도 따냈다.
한국의 예절이 몸에 배 성격과 성품도 좋아졌다는 이엔나씨는 “학교 홍보대사를 맡았고, 재학 중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해 남보다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상기했다. 그는 “태권도학과 첫 외국인 졸업생에 그치지 않고 첫 외국인 박사학위를 받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완석 부국장 기자 sw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