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승 (1) 시장경제 파수꾼 역할하며 그분의 섭리 깨달아

입력 2010-02-15 17:38


2006년 3월 16일. 모 언론에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불공정한 말’이란 제목의 기사가 났다. 이 언론은 내가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식에서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취임식에서 “하나님의 도움으로 취임사를 하게 됐다”며 “모든 일에 있어 자신의 양심과 하나님에 비추어 손색이 없다면 밀어붙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 “사람들이 오해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만 인정해주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직원들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이 이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타 종교단체에서 이 문제에 관해 논평을 내고 엄중히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사였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축복을 전했는데 이를 물의라고 한다는 것을 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6일 공정거래위원장 이임식 때도 나는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직원 여러분들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하나님은 나의 삶 60년 동안 항상 함께하셨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던 2년 동안 하나님은 더 가까이 계시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했고, 부침도 있었다.

공정거래법, 경제법,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말만 들어도 어렵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어려운 부분은 제외하고 경북 안동의 소몰이가 서울대 교수를 거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간섭하셨는지를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경제 질서는 무엇인지도 소개하고 싶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내가 항상 묵상하는 성경구절이다. 이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는 늘 꿈을 통해 나를 이끌어 오셨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꿈은 연예인이 가장 많다고 하던데, 당시 대부분 학생들 꿈은 대통령이었다. 담임선생님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섭섭해할 것 같아서 나는 “교사가 된 이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대학 1, 2학년 때는 농촌운동가가 되고자 했다. 많은 법대생들이 법조인, 고급공무원을 꿈꿨지만 나는 농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3학년 때에야 비로소 전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0월유신’으로 휴교령이 내려져 잠시 충남 부여의 곡부서당에서 한문 공부를 할 때였다. 우연히 율곡 이이의 상소문인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접하게 됐다. 만언봉사는 남이 읽지 못하도록 밀봉한 장문의 상소란 뜻으로 율곡 이이는 이 상소에서 적절한 법 개혁 등을 강조했다. 나는 이를 읽고 감명 받고 법학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학교수가 됐다. 이후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부임했고 지금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그간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약력=1950년 경북 안동 출생. 용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한국경쟁법학회장, 공정거래위원장, 주님의 교회 장로 역임. 현 서울대 법대 교수, 사단법인 아시아법연구소장, 서울대 경쟁법센터장, 크리스천 리더십 아카데미 대표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