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극복한 예비 새내기들이 재수생 후배와 교회에 전하는 충고

입력 2010-02-15 17:13


오는 19일이면 2010학년도 4년제 대학입시 합격자가 모두 결정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간다. 합격의 기쁨으로 들뜬 이들이 많지만 그 이면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또 다시 1년을 보내야 하는 10만명 이상의 ‘루저’들도 있다. 하지만 예배와 말씀, 찬양, 기도가 들어가면 재수생활이 달라진다. 신앙으로 재수의 어려움을 극복한 예비 대학생 5명을 경기도 양주의 한 학원에서 만나봤다.

재수생의 고통은 남다르다. 매달 한 번씩 모의고사를 치르고 입시 막바지에 이르면 2주에 한 번씩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55만명이 치르는 ‘전투상황’에선 소수점 이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점수가 그들을 규정하는 유일한 잣대다.

이런 연유에서 재수생은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 받는다. 가족이나 친구, 교회와의 관계에서도 겉돌기 십상이다. 특히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교환학생으로 갔다는 식의 조언은 역반응만 초래할 뿐이다.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에 합격한 정유선(21·여)씨는 “재수 시절엔 사소한 말에도 극도로 민감해진다”면서 “교인이나 친척들이 ‘쟤, 대학교 어떻게 됐냐’고 부모님께 귓속말하는 것까지 들렸다”고 귀띔했다. 경원대 국문학과에 합격한 박소연(20·여)씨도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면 연예인이나 휴대전화, 영화, 대학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비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들이 재수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도와 말씀, 찬양에 있었다. 고난이 예수를 만나게 하고 인생을 바꾼 것이다.

홍익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이동규(21)씨는 “교회가 있는 기숙학원에서 재수생활을 했는데 찬양과 말씀생활, 중보기도와 어우러지다보니 대학 합격은 물론 삶의 변화까지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재호(53)씨는 “아들은 게임에만 몰두하고 나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는데, 예배와 찬양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면서 “마치 죽었던 아들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서울산업대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이선영(21·여)씨는 아예 재수생활을 통해 예수를 만났다. “철저한 불교 가정에서 자랐는데 재수생활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어요. 찬양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러다 기도를 하기 시작했고 힘들고 기댈 곳이 없을 땐 교회에 가서 밤마다 울면서 기도했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지금은요? 방언기도도 해요.”

주변의 기도와 성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양대 자연과학부에 합격한 김예정(21·여)씨는 “어머니가 하루도 빠짐없이 교회에서 기도를 하시고 전화로 신앙 지도를 해 주셨다”면서 “재수생활이 오히려 친구 되신 하나님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정유선 씨도 “고향교회 성도들이 1년 내내 저희 재수생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주셨다”면서 “합격은 엄청난 중보기도의 덕택”이라고 강조했다.

불안감에 짓눌린 재수생들을 향해 성경은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시 126:6)며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고 말씀하고 있다. 양주=글·사진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