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43)

입력 2010-02-15 14:43

독학은 미덕이 아니다

“지혜 있는 자는 듣고 학식이 더할 것이요 명철한 자는 지략을 얻을 것이라”(잠 1:5)

친구 부인이 100타 전후를 쳤다. 구력 5년에 라운드 100회가 되지 않는 50대 주부인데 우리 부부와 필리핀에서 1주일간 골프를 같이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은 내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팽팽한 긴장 속에서 라운드를 하는데 실제로는 고무줄 스코어가 참 많아요. 어느 캐디는 눈치 보느라고 여간해서 회원들에게 트리플 보기는 써주지 않지요. 그러니까 볼은 분명히 내가 잘 쳤는데도 스코어 카드를 보면 나는 오리(2, 더블보기) 갈매기(3, 트리플보기)가 마구 섞여 있고, 회원 스코어에는 갈매기가 좀처럼 보이질 않지요. 사실 회원권도 없는데 스코어까지 꼴찌면 자존심 상해서 쫓아다니기 좀 그렇고, 결국 해결 방안은 내가 잘 쳐서 떳떳한 스코어로 2등 정도 하면 좋은데 결국 안정된 90대 스코어면 다 해결될 것 같아요"

입문 후 프로의 지도 없이 혼자 연습했다는 그 부인의 플레이를 관찰하였다. "어드레스만 보면 한희원 선수 같네요"라고 내가 말한 것처럼, 그립과 어드레스는 안정감이 있었는데, 실전에서 티샷을 잘 쳐 놓고 세컨드 샷은 볼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밀리면서 벙커에 넣고, 또 어프로치는 수시로 짧아 코 앞에서도 온그린 시키지 못하는 적이 많았으며, 때로는 제대로 온그린 시킨 후 퍼팅이 들쭉날쭉하면서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1주일 후 귀국할 때 그 부인의 모습은 무척 달라져 있었다. 볼이 오른쪽으로 밀리지도 않았고, 티샷과 세컨드샷도 거리가 꽤나 늘었으며, 쓰리퍼트도 현격히 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프로치 샷이 안정되면서 틈틈이 원퍼트로 마무리되고 파 횟수가 늘어나며 안정된 90대 스코어의 토대를 굳히게 되었다. 여성 골퍼에게는 물론 남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부인이 쉽게 개선한 요점들을 정리 소개한다.

1. 자신 있게 내려 치고 끝까지 휘두른다.

많은 여성들이 공주처럼 우아하게 스윙한다. 체중을 실어 힘차게 다운스윙을 하지 않는 한 드라이빙이 150야드 수준을 넘을 수가 없다. 우악스럽게 치는 여성 골퍼들은 남자 노인보다 멀리 날아가 거리가 180야드를 넘기기도 한다. 그 부인은 연습 스윙을 없애는 대신 힘차게 다운 스윙하고 끝까지 휘두르니 거리도 최소 10야드가 더 늘었고 방향도 좋아졌다. "복 날에 개 패듯이 사정보지 말고 휘두르세요"라고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

2. 볼의 위치를 잘 선택한다.

아이언 샷을 할 때 볼을 몸의 중앙이나 약간 오른쪽으로 놓으면 일단 볼을 맞추는데 도움은 된다. 그래서 경사진 곳이나 트러블 샷을 할 때 볼을 중앙이나 오른쪽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어드레스 때에 양 손이 몸의 좌전방으로 나가 있게 되면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로 돌아오기 전에 다소 열린 상태에서 임팩트가 되니 볼이 제대로 뜨지 못하며 또 우측으로 많이 밀린다. 더구나 헤드업까지 합병증이 생기면 볼을 우측 숲 속으로 밀어 넣기 십상이다. 그 부인이 이 점을 이해하고 볼을 조금 왼쪽으로 놓으니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증세가 사라지고 잘 뜨게 되었다.

3. 숏게임도 피니시가 좋아야 한다

부인은 어프로치와 퍼팅 모두 백스윙은 큰데 팔로스루가 적었다. 그 결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치다가 마는 형국이 되어 모든 어프로치와 퍼팅은 임팩트시 자연스레 감속되었다. 그래서 백스윙과 팔로스루의 크기를 종래의 2:1에서 거꾸로 1:2로 바꾸었는데 팔로우스루가 길어지며 피니시가 충실해지니 숏게임 능력이 단숨에 강화되었다. 스윙도 퍼팅도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유종의 미를 거둔다.

4. 퍼팅이 길어야 형통한다

"퍼팅이 짧으면 골프도 인생도 단명합니다. 퍼팅이 짧으면 '에그 바보, 내가 못 살아'를 연발하게 되지요. 자기 말대로 수명이 짧아집니다. 퍼팅이건 어프로치건 무조건 길게 쳐야 오다가다 한 방씩 떨어져 주는 행운도 따릅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퍼팅이 짧았을 때에는 기브를 잘 안 주었고, 때로는 많이 길었던 퍼팅을 "지나갔으니 기브 드립니다"고 유도했다. 그렇게 하였더니 그 부인은 쓰리퍼트를 하더라도 2번 계속 짧아서 쓰리퍼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에 시원한 쓰리퍼트를 했고, 내리막 라이에서도 홀을 지나치는 과감한 퍼팅이 나오기 시작하며, 라운드당 퍼트 숫자가 최소한 3개는 줄었다.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