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앞으로” 고속도·기차역 등 북새통…짧은 연휴에 눈까지, 긴 귀성길

입력 2010-02-12 20:06


설 연휴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혹독한 겨울 추위와 어김없는 교통 정체, 꽁꽁 얼어붙은 서민 경제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전국 주요 도로와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 등은 12일 오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찌감치 귀성을 서두른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후명(30)씨는 “직장을 조퇴하고 오후 2시쯤 역에 도착해 5시간을 기다려 겨우 입석표 한 장을 구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목포행 KTX 열차를 기다리던 김용석(27)씨는 “지난달 취업에 성공해 고향 가는 길이 두렵지 않다. 부모님께 첫 월급으로 산 선물을 안겨드려야겠다”고 웃었다.

그러나 일부 귀성객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밀려든 인파와 극성스런 암표 장사에 시달리며 짜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KTX와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의 하행선 승차권은 설 당일인 14일 오전까지 매진됐고, 역귀성 인구가 늘면서 상행선 역시 표가 동이 난 구간이 많았다.

경부와 서해안 등 주요 고속도로는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정체를 겪었다. 중부지방과 강원 일부 지역은 도로 위에 눈까지 쌓여 귀성 차량들은 시속 30㎞ 이내의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했다.

올해는 설 연휴가 사흘뿐인 탓에 예년보다 훨씬 심한 정체를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이날부터 닷새 동안 작년보다 10.1% 많은 2546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귀성길은 설 전날인 13일 오전, 귀경길은 설 당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 연휴 첫날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한때 눈이 내리다 서서히 맑아지겠다. 기상청은 “중부, 호남, 경북 내륙은 13일 새벽이나 아침 한때 눈이 오고서 오후부터 차차 구름이 걷히겠다”며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은 흐리고 오전까지 눈이 내린 뒤 개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13일 밤까지 강원 산지, 강원 영동지방에 5∼15㎝의 눈이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 북동 산간과 북부 동해안, 제주도 산간, 울릉도·독도 등에는 3∼10㎝가 쌓일 전망이다.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청, 호남, 경북 내륙, 경남 서부 내륙 등에는 1㎝ 안팎의 적설량이 예상된다.

큰 눈이 내린 강원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11일부터 내린 눈이 녹거나 치워져 교통에 큰 지장은 없겠다.

엄기영 강창욱 이경원 기자, 사진 조진영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