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잡아라” 여야 지도부 총력

입력 2010-02-12 17:18


여야 지도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역과 용산역 등을 찾아 귀성객을 상대로 ‘서민정당’임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설 여론이 세종시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당내 갈등 등을 고려해 세종시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친(親)서민정책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이른바 ‘강도론’ 논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을 의식, 현안인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무주택 서민을 위한 내집 마련 정책 등에 초점을 맞췄다. ‘서민행복 한나라당, 즐거운 설 되십시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정 대표는 귀성객들에게 ‘서민이 첫번째입니다’는 제목의 정책홍보물을 나눠주며 “여러분들의 생활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정 대표는 14일 1박2일간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 설 당일 열리는 동아시아축구대회 한·일전을 관전한다. 하지만 친이계 의원들은 연휴기간 지역구 활동 등을 통해 세종시 수정 및 당론 변경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용산역에 총출동, 전면에 ‘어머니, 내년 설엔 꼭 찾아뵐 게요…”라는 문구를 넣어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지적한 4면짜리 홍보물을 귀성객들에게 돌렸다. 세종시 문제는 세번째 면으로 밀어내고 두번째 면에도 일자리 대란, 서민경제 파탄, 전월세 대란 등 민생문제를 강조했다. 자칫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갈등에만 관심이 집중되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민생 문제를 부각시켜 6월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앞서 정세균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명박 정부는 400만 실업자, 400조원의 국가부채, 700조원의 가계부채를 만든 447정권”이라고 정부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겸해 세종시 원안 사수 홍보활동을 벌였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이 편안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설맞이를 위한 귀향이 시작되는데 곳곳에 내린 눈 때문에 불편이 더해질까 걱정스럽다”면서 “관계기관은 철저한 비상근무와 교통대책을 통해 국민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편안하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서울 남현동의 상록보육원을 찾은 데 이어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국가교통정보센터를 방문, 교통대책을 보고받았다. 정 총리는 연휴 기간에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세종시 문제 해법에 대해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장희 하윤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