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 이번엔 ‘카드 전쟁’
입력 2010-02-12 17:17
이동통신사 간 경쟁이 카드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KT는 12일 신한카드와 비씨카드 지분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씨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KT는 신한카드가 현재 가진 비씨카드 지분 14.85%를 매입하면 당장 3대 주주가 될 수 있다. KT 관계자는 “비씨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조만간 실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입가격은 지난해 8월 보고펀드가 SC제일은행 등에서 매입한 주당 14만4000원을 기준으로 이보다 약간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끝으로 하나카드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되는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하나카드는 상반기 중 여러 기능이 합쳐진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카드사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의 접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휴대전화와 카드는 누구든 언제든지 가지고 다닌다는 점에서 한데 합치기 좋은 아이템이다. 모바일 신용카드는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정보와 멤버십 카드를 삽입한 것으로 휴대전화만으로 카드 관련 업무가 가능하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쓰면서 한번에 쇼핑에서 결제까지 끝낼 수 있고 GPS 위치정보를 통해 할인 혜택이 있는 음식점 등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통신사의 방대한 가입자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KT는 카드 융합에선 후발주자지만 비씨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SK텔레콤을 따라잡을 수 있다. 비씨카드 가입자는 2700만명으로 600만명 선인 하나카드보다 크게 앞선다. 현재 이동통신 부문에서 약 1500만 가입자를 보유한 KT로선 카드사업을 잘 활용할 경우 약 2400만명인 SK텔레콤 가입자 수를 일거에 역전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KT로선 지분 27.65%로 1대 주주인 우리은행, 24.57%를 가진 보고펀드 등 더 큰 대주주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으로선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때문에 벌써부터 보고펀드가 가진 지분 값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KT는 우리은행은 물론 4%대 지분을 가진 농협과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에도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KT 관계자는 “신한카드와의 일이 잘 끝나더라도 3대 주주일 뿐 1대, 2대 주주를 감안하면 완전 인수는 무리”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보고펀드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과 우리은행과 합작카드사를 설립하는 방안, 여러 은행과 공동으로 꾸려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