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캠퍼스 주변 ‘성대 패밀리’가 떴다… 상인 100명 “학생위해 써달라” 45억 내기로

입력 2010-02-12 17:19


성균관대 캠퍼스 주변의 상인 100명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44억8500만원을 이 학교에 기부키로 했다.

12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서울 혜화동 해물요리 전문점 ‘마리스꼬’ 윤경하(52·여) 상무가 3900만원을 기부하기로 지난 9일 약정했다. 이날로 기부 행렬에 동참한 학교 주변 상인은 100명으로 늘었다. 2008년 11월 4일 같은 동네 음식점 ‘빈대떡신사’ 임흥수(52) 사장이 처음 2억원을 희사키로 하고서 462일 만이다. 이들이 약정한 기부금은 사립대 문과생 1400여명의 한 학기 등록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액수다.

윤 상무는 “학교에서 기부 의사를 물어왔는데 동문인 데다 학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흔쾌히 수락했다”며 “많은 이웃 상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윤 상무는 성균관대 생활미술학과 78학번으로 다음달 입학하는 10학번 신입생의 32년 선배다.

상인들의 기부 금액과 방식은 천차만별이어서 각자 300만∼2억원을 최장 45년에 걸쳐 낸다. 성균관대는 기부금이 종잣돈으로 꾸려지면 그 이자를 학생 장학금과 학교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화동 안성자동차공업사 장기철(55) 사장은 2008년 12월부터 매달 10여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그는 학교 차량을 고치다 성균관대 가족이 됐다. “총장, 부총장 차에 업무 차량까지 4대를 1년 정도 제가 수리했어요. 그러다 학교 직원한테 기부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했죠.” 명륜동 고시원 ‘코아리빙텔’ 한우영(39·여) 대표는 기부금 대신 월 35만원짜리 방 1개를 학교에 기증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3월 개업했는데 지방에서 상경하는 신입생 부모들이 자녀 거처를 놓고 많이 고민하더라”며 “이웃 상인들이 기부금을 낸다기에 저는 방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부 액수는 달라도 상인들이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밥집 ‘밀가’를 명륜동 주택가에서 13년째 운영하는 박미숙(52·여)씨는 지난해 9월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한때 ‘월식’(한 달 단위로 돈을 받고 밥을 해 먹이는 일)을 했는데 다들 자식 같아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겐 밥을 그냥 먹이고 책 사 보라고 용돈도 조금씩 쥐어주고 그랬어요. 이젠 기부까지 하네요.” 명륜동 중식당 ‘복성각’ 이강희(57·여) 사장도 같은 심정으로 기부한다. “등록금 내느라 빚더미에 앉는 학생이 많다는 뉴스를 봤어요. 성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장사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제가 일하는 동네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이들 상인은 서울 명륜동 캠퍼스를 중심으로 종로구 일대에 넓게 분포해 있다. 경기도 수원 천천동 자연과학캠퍼스 인근 상인들도 동참했다. 기부 상인들의 업종을 보면 음식점이 65곳으로 가장 많지만 잡화점 서점 문구점 고시원 병원 약국 미용실 안경점 꽃집 제본사 자동차정비소 등 다채롭다.

성균관대 사람들은 기부 상인들을 ‘성대 패밀리(가족)’라고 부른다. 기부한다고 가게가 더 붐비는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은 개의치 않는다. 첫 기부로 가장 많은 금액을 약정한 빈대떡신사 임 사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기부를 시작하고 나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 같아 저 스스로 뿌듯합니다. 대학가에 이런 나눔이 널리 퍼져 모든 학생이 형편에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김민정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