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꺾인 도요타, 차값도 꺾여… 美서 한달 새 캠리 가격 1000달러 ‘뚝’

입력 2010-02-12 17:00

“자동차 값을 깎아드립니다.”

미국에서 800만대에 달하는 차량에 대한 대량 리콜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대표적 차량인 캠리의 가격대는 2만∼2만5000달러 정도지만 1000∼2000달러의 프리미엄까지 붙은 채 거래되는 게 다반사였다. 미국 도요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리콜사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 자동차 판매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보스턴주 도요타자동차 딜러인 로버트 보치는 최근 선루프가 장착된 신형 캠리 세단을 2만1691달러에 팔았다. 대출이자가 없는 조건이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같은 모델의 가격은 500달러가 높은 2만2200달러 수준이었고, 대출금리도 2.9%나 됐다. 짧은 기간에 자동차값이 실제 1000달러가량 하락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이쪽 물속에는 피가 잔뜩 흐르고 있고, 저쪽에서는 상어 떼가 호시탐탐 뛰어들 기회만 노리는 듯한 상황” “(할인판매는) 우리 삶의 근거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보치의 말을 전했다.

도요타 측은 “미 전역에 걸친 판매 증진 인센티브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지역이나, 개별 딜러들이 스페셜 오퍼를 제공하는 것은 자유 의지”라는 입장이다. 비교적 정확한 자동차 가격 시세를 보여주는 켈리블루북(KBB)은 캠리의 공식 시세를 500∼1000달러,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는 1000∼1500달러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언제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 왔던 도요타 및 렉서스 중고 차량의 시세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KBB는 중고 도요타차의 예상 가격을 지난주 1∼3%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주 추가로 1.5%를 더 내렸다.

도요타가 맞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