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라동철] ‘최장수 문화부 장관’ 축하만 하기엔…

입력 2010-02-12 17:0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이면 역대 최장수 문화부 장관 기록(1년11개월15일)을 세우게 된다. 문화공보부에서 공보처가 분리돼 문화부로 출범한 1990년 이후 가장 오래 재임하는 장관이다. 이전 최장수 기록은 1990년 1월 3일부터 91년 12월 19일까지 재임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다. 유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지난해 12월 초 방송에 출연해 “최장수 문화부 장관 기록을 깨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으니 일단 뜻은 이루는 셈이다.

유 장관의 ‘기록 경신’을 바라보는 문화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관광산업 활성화, 학교체육 정상화, 국립예술기관의 경쟁력 제고 등 유 장관이 관심을 갖고 추진해 온 정책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자주 찾아 정책에 반영하려고 애쓰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코드 인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유 장관 취임 후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박래부 언론재단이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임기가 정해진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무리한 교체 시도는 문화예술계에 갈등과 행정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최근 법원 판결로 문화예술위원회가 ‘한 지붕 두 수장’이란 초유의 상황을 맞은 것은 유 장관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문화계 한 인사는 “유 장관 취임 이후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행정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최장수 재임 기록은 유 장관에게 영예이지만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그의 뿌리이기도 한 문화예술계 내부의 평가이다. 문화예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토양에서 꽃을 피운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문화예술도 살리고 유 장관도 사는 길이다.

문화부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