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기자의 밴쿠버 엽서] 눈물겨운 ‘평창 유치단’의 헌신

입력 2010-02-12 16:59

지금 이곳 밴쿠버에는 선수만큼이나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입니다. 이들이 밴쿠버 현지에서 벌이는 노력을 보면 가슴이 찡할 정도입니다.

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선 강원도지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주 밴쿠버에 도착해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설 연휴도 반납했습니다. 밴쿠버에는 설이 없기 때문에 외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 장소를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유치위는 밴쿠버 한 호텔에 상황실을 설치해 IOC 위원들의 동선(動線)까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평창이 밴쿠버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11∼13일(이하 한국시간)로 예정된 IOC 총회입니다. 이번 밴쿠버 IOC 총회는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내년 7월 IOC 총회(남아공 더반) 이전에 열리는 마지막 총회입니다. IOC 총회는 매년 딱 한 차례만 열리는데 올해에는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인 밴쿠버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IOC 총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IOC 위원들(현재 77개국 108명) 대부분이 참석합니다. IOC 위원들은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평창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밴쿠버에서 최대한 많은 IOC 위원들을 만나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에 대한 IOC 위원 개개인의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둬야 합니다. 특정 IOC 위원이 평창, 뮌헨(독일), 안시(프랑스) 가운데 어느 쪽에 호감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향후 구체적인 득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김 지사와 조 회장은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밴쿠버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김 지사는 폐막식(3월 1일) 이틀 전인 27일자 귀국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귀국하기 전까지 IOC 위원들이 보러가는 스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각 종목별 경기장을 찾아 어떻게든 평창을 알릴 계획입니다.

올해 동계올림픽은 밴쿠버에, 2014년 동계올림픽은 러시아 소치에 몇 표차로 패했던 평창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입니다. 밴쿠버에서 만난 평창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안 되면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평창의 밴쿠버 고생이 빛을 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