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월18일 달라이 라마 면담 강행… 美-中 갈등 최고조

입력 2010-02-12 16:44

미국 백악관이 1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면담이 오는 18일 이뤄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백악관 발표가 나오자마자 강력히 반발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중국의 수차례 강한 취소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번 면담을 강행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무기 판매, 각종 무역 분쟁, 위안화 절상 문제, 구글 사태 등으로 갈등은 깊어진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외교적, 경제적 추가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양국 관계는 상당 기간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면담 일정을 밝히면서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이며 티베트인 인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오는 17∼24일 방미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 공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 대변인 명의의 12일자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로 한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마 대변인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과 관련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수차례 전달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 허용과 미국 지도자들과의 어떤 접촉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티베트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해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분인 사실을 존중하고, 티베트 독립에 반대한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 대변인은 또 미국이 달라이 라마의 반(反)중국 및 국가분열행위를 위해 어떠한 장소와 편의도 제공하지 말 것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양국 간 고조되는 갈등 양상은 특히 오는 4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일각에서는 방미 취소까지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