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제다문화학교 문 여는 김해성 목사… “국내 체류 외국인 120만명… 그들 자녀 품을 학교 세워야”
입력 2010-02-12 16:40
이르면 상반기 중에 경기도 광주에 국내 최초의 국제다문화학교가 문을 연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 120명이 우선 입학하게 된다. 다문화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49) 목사는 “국내 이주노동자 자녀 1만명 가운데 2000명만이 학교를 다닌다”며 “이들의 장점인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극대화시킨다면 국격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앞으로 중고등학교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20만명에 육박하면서 이들의 자녀 교육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김 목사는 결국 학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서울 가리봉동에 자리한 지구촌사랑나눔 두 동의 건물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주민을 위한 의료센터, 쉼터, 복지센터, 상담소, 방과후학교, 어린이집, 중국동포교회 등이 입주해 있다. 20년 가까이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해오면서 김 목사가 그때그때 필요에 부닥치면서 만들게 된 것들이다.
국내에서 죽어나간 외국인 노동자들 장례를 치르다 ‘뒤치다꺼리보다는 이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병원 설립을 생각해냈다. 오갈 곳 없는 이들을 받아주다 보니 자연스레 쉼터도 만들게 됐다. 쉼터에 이주노동자 가족이 들어와 살다 보니 어린이집도 필요했다. 일부에서는 ‘문어발식’이라고 비판하는 김 목사의 다양한 사역은 이렇게 해서 확산됐다.
현재 전문의 5명이 근무하는 병원과 상담소 등 전체 직원은 80여명. 한 달 자원봉사자만도 연인원 1만명이 넘는다. 병원과 쉼터 등 모든 사용료는 모두 무료다. 전체 시설 비용만 한 달에 수억원에 이른다. 수익사업 없이 모두 후원으로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김 목사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예배다. 한신대 졸업 후 국내 노동자 사역을 했던 그는 90년대 초반 공사판에서 다친 이주노동자의 보상을 도와주면서 국내 노동자에서 이주노동자로 사역의 방향을 틀었다. 이들의 인권을 위해 제도 개선은 물론 보상과 밀린 월급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하지만 정작 보상을 받은 이주노동자는 고국에 돌아간 뒤 악덕 기업주가 되거나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보게 됐다. 그동안의 사역은 철저한 실패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95년부터 성남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몰려오는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가자는 마음으로 2000년엔 아예 가리봉동에 둥지를 틀었다. 병원 건물 6층에 자리 잡은 중국동포교회 주일예배엔 매주일 7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예배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이 헌신하면서 이들을 사역자로 키우기 위한 신학교도 필요했다. 불법 이주민을 국내 신학교에 입학시키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2001년 설립한 세계선교신학대엔 지금까지 500여명이 거쳐 갔고, 지금도 8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공부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 사역을 하는 동안 고난도 많았지만 영광도 많았다고 말한다. 불법 이주노동자를 잡겠다고 쳐들어 온 법무부 공무원들을 막아섰다가 공무집행 방해로 한번 구속됐고, 13번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해 한 길을 달려온 그에게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표창으로 격려했다.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정치권의 러브콜도 많았다. 그때마다 김 목사는 “내 본분은 목회”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그는 국내 체류 120만명의 외국인은 하나님이 한국 교회에 주신 기회라고 말한다. 특히 농촌교회나 도심의 상가교회엔 블루오션이라며 적극적인 이주노동자 사역을 주문했다. “이주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들입니다. 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얼마든지 돌보고 전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농촌교회도 살고 다문화 가정도 살리는 길입니다. 도심 한복판의 가정이나 식당에도 이주노동자나 중국 동포가 많습니다. 이들을 전도하고 파송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세계선교 사역이 될 겁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