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제약사 영업소장 박수현 씨 “보험왕 엄마에게 영업 노하우 배웠죠”

입력 2010-02-12 16:44


“가족처럼 진심으로 대해야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어머니는 늘 강조하셨죠. 여동생처럼 때로는 누나처럼 그렇게 고객을 대하다 보니 일에도 보람을 느끼고 실적도 올릴 수 있었어요.”

20대 여성이 남성들도 배겨내기 어려운 제약회사의 영업소장을 맡았다. 그의 과감한 도전과 성공 뒤에는 보험왕 출신 어머니의 영업 노하우와 따뜻한 조언이 있었다.

㈜대웅제약 서울 동부4사무소 박수현(29) 소장. 2005년 입사 뒤 처음 영업부서에 발을 내디딘 박 소장은 4년 만인 지난해 10월 이 회사 내 61명의 영업소장 가운데 최연소 소장에 발탁돼 신선한 화제가 됐다.

여성 인력 자체가 많지 않은 제약 영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원동력에 대해 박 소장은 12일 “뛰어난 멘토가 돼준 어머니 덕분”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박 소장 어머니 박춘심(58)씨 역시 1985년부터 교보생명에서 22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2년 연속 보험왕에 오른 ‘세일즈의 달인’이다. 박 소장은 “한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어머니께서 ‘진심으로 고객을 가족으로 생각해 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후 영업 활동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된 영업 현장을 누비는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속은 편치 못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말리고 싶었죠. 저도 80년대부터 보험 영업을 했지만 제약 분야도 여성이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라고 들었어요. 딸이 좀 더 편한 직업을 가졌으면 했거든요.”

어머니 박씨는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딸의 의지를 보니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면서 “그 후 수현이가 힘들고 조언이 필요할 때 제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영업은 회사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어머니에게 배운 가장 소중한 영업 철학이다. 그래서 박 소장은 거래처를 찾을 땐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정보와 제품을 갖고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앞으로 해외사업부 총괄본부장을 맡아 회사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박 소장은 “여자라서 힘들다고 생각지 않는다. 여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어머니 박씨도 “딸이 초심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