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인권법은 대한민국의 의무다

입력 2010-02-12 16:32

북한인권법안이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와 정책 개발을 수행토록 하며, 관련 민간단체에 경비를 지원하고,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또 통일부 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인권재단은 매년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당은 법안에 반대해 표결 전 퇴장,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북한 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의 대의(大義)를 끝까지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 민족으로서 북한 인권의 당사국임에도 미국과 일본보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늦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현재의 민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을 위한 예산 배정과 인권을 감시할 인권특사 임명, 탈북자의 정치적 망명 허용 등을 규정하고 중국에 대해 탈북자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 법안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틀이 처음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1일 북·중 국경지역 르포 기사에서 양쪽 경비대원들이 인신매매단과 결탁해 돈을 받고 탈북 여성들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탈북한 북한민주화위원회 김영순 여성회장은 지난달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수용소에서는 소똥에 박힌 강냉이도 먹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북한 인권 참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이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는 구실로 북한 인권 거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업무가 중복된다며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반대했다. 또 북한 인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국회 대신 인권위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그동안 북한 인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온 인권위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인권위가 북한인권법의 발목을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