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고달프고 마음 지치고… 설 연휴 ‘4대 부인병’ 조심

입력 2010-02-12 16:28


주부들에게는 이번 설 연휴가 ‘달콤한 휴식’이 아닌 ‘바쁘고 힘든 연휴’로 기억되기 쉬울 것 같다. 3일이란 짧은 기간에 고향 나들이와 명절 상차림을 도맡아야 해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30대 미혼 여성들은 여기에 결혼 계획 등 진로 문제로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로부터 들을 잔소리에 심적 스트레스까지 가세하기 십상이다. 연휴가 짧은 만큼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커져 뜻밖의 병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자생한방병원 웰빙센터 이형철 원장은 “여성들의 경우 특히 명절 연휴를 전후해 몸을 혹사한 탓으로 변비, 생리불순 및 생리통, 수족냉증, 주부습진 등 4대 ‘부인병’이 도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선 변비를 경계해야 한다. 30대 미혼 여성들은 결혼 등 진로 선택에 대한 심적 부담, 명절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 주부들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성 변비를 겪기 일쑤다. 설빔과 손님맞이 등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데다 평소보다 운동량도 상대적으로 적어 장기능이 저하되기도 쉽다.

설 연휴 중 이런 변비를 막기 위해서는 쉴 틈도 없이 계속 일만 하는, 잘못된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가족들과 세배 손님들을 위한 음식 준비와 상차림 및 설거지를 반복하는 등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할 때는 틈틈이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걷기 운동을 통해 장 기능을 활발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부모님이나 형님 댁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불편하다는 이유로 변의를 억지로 눌러 참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 역시 좋지 않다. 구원항문외과 이선호 원장은 “여러 날 계속해서 배변 욕구를 억제하면 대뇌가 지배하는 배변 조절 기능에 장애가 발생, 속칭 ‘명절 변비’를 만성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짧은 명절 연휴는 생리불순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주원인은 장거리 고향 나들이 및 음식 준비에 따른 스트레스로 신경이 예민해진데다 추운 날씨로 혈액순환까지 원활치 않아 신진대사작용이 평소와 같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명절 연휴의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여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아랫배가 차면 혈액순환도 방해를 받게 되므로 가급적 속옷을 든든하게 갖춰 입어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손발이 찬 수족냉증도 이와 비슷한 이치로 심해진다. 이 병도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 장애와 관계가 깊어서다. 따라서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가급적 바닥이 찬 곳에 앉아서 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따뜻한 물에 손발을 자주 담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차림과 음식 준비로 마를 틈이 없는 손과 피부 관리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손톱 주변 피부가 얇아져 갈라지는 주부습진과 피부가 거칠어지는 피부건조증을 얻을 수 있다.

주부습진은 물과 합성세제가 손에 자주 닿아 생기는 병이므로, 손에 물이나 세제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예방할 수 있다. 설거지 등으로 손에 물이 닿은 후에는 반드시 피부 보호제를 발라주자.

이밖에 피부건조증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 오랜 시간 노출돼 피부 각질이 벗겨지며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피부 질환이다.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연휴 중 가능한 한 찬 바람을 피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섭취해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게 좋다”며 “일과를 마친 후에도 따뜻한 스팀 타월로 얼굴과 손발, 팔다리를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줘야 피부가 거칠어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