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동계올림픽 열전 속으로… 지나친 흥분 돌연사 조심

입력 2010-02-12 16:28


2010 동계 올림픽이 13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공식 개막돼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밴쿠버 현지 보다 17시간이 빠르다. 때문에 쇼트트랙이나 피겨 스케이팅 등 오후에 치러지는 주요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오전에 볼 수 있어 밤을 새우며 늦게까지 시청하는 노고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매번 경기를 시청하다 흥분 상태에서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정신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당장 14일과 15일부터 각각 진행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은 간발의 차로 승자가 결정되는 ‘시간 게임’이다.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응원 사고의 대부분은 돌연사 또는 급사다. 돌연사는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안에 사망하는 예기치 않던 갑작스런 자연사를 말한다. 흔히 돌연사하면 심장마비가 떠오르지만, 급사는 크게 나눠 돌연 심장사(심장마비)와 신경계 돌연사(뇌졸중)로 구분된다. TV를 시청하다 쓰러지는 대부분의 경우는 돌연 심장사다.

때문에 평소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지나친 흥분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급사가 발생하기 쉬운 고위험군은 직접 경기 관람이나 생중계 시청 제한 등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급성 심근경색증, 말기 심부전, 비후성 심근증을 앓았거나 급사에서 회생된 환자, 원발성의 악성 부정맥(심실성 부정맥 등) 환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만약 이들 환자가 TV 경기를 보다가 가슴통증이나 투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이 온다면 일단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그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TV 시청 중에 이처럼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경기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강렬한 분노와 흥분 등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에서 심근 허혈(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총칭하는 말)이 나타나고 결국 ‘치사 부정맥(죽음의 심장 율동)’의 길을 밟기 때문이다. 즉 교감신경계의 흥분이 고조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소판은 자극을 받아 응집력 상승으로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고, 혈관 내 동맥경화반(동맥 벽에 융기된 부분)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혈압은 상승하고 맥박이 높아져 심장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은 끝내 심장 근육에 산소 부족을 초래해 치사 부정맥을 일으킨다. 이 교수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흡연자에게서 돌연사가 유난히 많다는 점”이라며 “특히 흥분한 상태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TV를 시청하는 습관은 아주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