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장 “그리스 지원책 합의 도출”

입력 2010-02-11 23:51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 지원책에 합의를 이뤘다고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1일 밝혔다.

판 롬파위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정상회의가 공식 개최되기 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그리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와 비공식 회담을 가진 뒤 이같이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됐음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지키고 존중해야 할 룰이 있다”고 말했다. 전폭적인 금융지원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지원책과 관련해 EU 국가들의 그리스 정부 채권에 대한 보증, 그리스 정부에 대한 특별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 설정, 국가간 상호대출 등이 거론돼 왔다.

그리스 발 악재로 충격에 휩싸였던 세계 금융시장은 유럽 국가들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확실한 지원책을 통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주기를 기대해왔다.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적자로 신음하는 다른 국가로 위기가 빠르게 전염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금융시장은 그래서 유럽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판 롬파위 상임의장의 정치력과 외교력에 대한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서 EU의 첫 수장에 올랐다. EU의 규칙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 16개 국가가 그리스에 대해 집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와 개별 국가간 상호적인 지원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BBC 방송은 전망했다.

유럽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정상회의 폐막과 함께 뚜껑이 열릴 지원책의 알맹이 여부다. AFP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와 독일이 지원 전제조건으로 그리스에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프랑스와 독일의 지원책이 정치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브뤼셀 솔베이 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유럽정상회의는 폭설로 인한 비행기 결항 등으로 예정보다 2시간 늦게 개회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