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소버린 리스크’ 공포 탈출!… “안전자산·방어적 상품 비중 높여라”

입력 2010-02-11 18:31


글로벌 금융시장이 소버린 리스크(국가채무 위기)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문제아’ 그리스를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단기 진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미 노출된 변수에 과민 반응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두바이 사태를 계기로 표면화된 소버린 리스크는 장기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안전자산이나 방어적 성격의 상품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본보 금융팀은 11일 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신한금융투자 문기훈 센터장, 한화증권 정영훈 센터장,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 토러스 투자증권 김승현 센터장)에게 소버린 리스크 파장과 전망 등을 물었다.

◇“소버린 리스크 이제 시작일 뿐”=전문가들은 그리스 디폴트(국가 부도) 가능성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단일 통화체제 유지를 위해 EU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주 채권자는 유럽은행(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 48.1%) 프랑스(13.7%) 독일(11.3%)이다. 한화증권 정 센터장은 “그리스가 망하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은 물론 영국까지 도미노로 연결된다.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버린 리스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지적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각국이 재정확대 정책을 폈는데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재정 확대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경기가 살아났지만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한국과 중국은 V자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일본이나 그리스 등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나마 저축률이 높고 외환 보유액이 탄탄한 국가는 재정위기로 연결되지 않고 있지만 그리스처럼 재정·산업이 취약한 나라는 재정 확대가 ‘독’이 되고 있다.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재정 지출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긴축정책을 펴야 하지만 경기 급락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근본적 치료는 어렵다고 봤다. 신한금융투자 문 센터장은 “소버린 리스크는 아시아 일부 국가, 선진국에도 영향이 있다. 단기 해결이란 있을 수 없고, 장기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 센터장은 “미국, 일본도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자산 쏠림 가속도…“자산관리는 방어전략”=4명의 센터장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에 당분간 치중하는 방어전략에 기초해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국이 재정위기 돌파를 위해 단계적으로 긴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 위축이 일어나면서 위험자산 이탈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해 금융시장에서 외국 투자자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이 양호한 경기 상황을 이어가고 있고, 중국과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변수에 따라 조정은 있겠지만 건설적 조정이라고도 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한국은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위험이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장기 조정을 거쳐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