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도 구조조정 칼바람… 11년 만에 550만명 밑으로
입력 2010-02-11 20:58
지난달 국내 자영업자 수가 547만명대로 내려섰다. 자영업자 55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는 바닥을 쳤지만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영업의 영세성과 취약성이 외환위기 때보다 큰 폭의 구조조정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보다 심한 자영업 감소 원인은=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4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1만2000명) 감소했다. 전체 자영업자 수가 55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1월(546만2000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이번 금융위기(2008년)로 인한 자영업자의 위축이 강도는 약하지만 여진은 더 오래가는 모습이다. 연도별 1월 자영업자 증감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인 98년에는 전년 대비 -5.9%로 자영업자 수가 크게 줄어든 후 이듬해인 99년 3.3%로 바로 회복해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자영업자는 2% 감소세를 보인 후 올 들어 1월에도 2%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일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리해고를 당한 회사원의 창업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가 바로 회복세를 탔다”며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에는 퇴출된 임금근로자가 적은 데다 내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몰락, 고용시장의 복병되나=도·소매와 음식·숙박업으로 대표되는 국내 자영업의 감소 원인은 영세성과 취약성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통해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시장 퇴출이 급격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정부도 자영업자의 감소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크기가 작은 시장에서 너무 많은 경쟁자들이 몰려 있는 구조라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30% 가까이 육박했다가 서서히 빠지고 있다”며 “선진국이 우리의 절반이 안되니 고생산, 고수익 구조로 바꾸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되 경쟁에서 탈락하는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양면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