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권’ 아니면 ‘5만원권’… 세뱃돈 양극화?
입력 2010-02-11 20:41
해를 거듭하고 있는 경제난으로 설날 세뱃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올해 세뱃돈으로는 1만원권이 줄어든 대신 웃어른에게 드릴 5만원권과 자녀와 조카들 몫의 5000원권이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은행과 농협이 설을 앞두고 최근 일주일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공급한 신권은 모두 6028억원. 이 중 5만원권은 3232억원으로 53.6%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5만원권이 처음 맞는 설 명절에 전체 신권 공급 규모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셈이다. 지폐 장수로는 646만4000장. 반면 올 설에는 1만원권 신권 공급액(2563억원)은 지난해보다 13% 감소했다.
지난 1월 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은 모두 2억1200만장. 전체 지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5000원권(5.0%)을 앞지른 상태다.
설을 앞두고 5만원권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신한은행 영등포금융센터 변진선 차장은 “이번주에만 5만원권이 1억원 넘게 소진됐다”며 “신권 교환 금액으로 보면 5만원권 수요가 1만원권 등 다른 지폐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고액권에 대한 수요는 개인보다는 주로 기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민은행 영등포구청역지점 김영승 부지점장은 “체감경기 부진으로 소시민들이 5만원권을 찾는 일은 많지 않다”면서 “주로 기업들이 설 보너스 등의 용도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들은 소액 신권을 상대적으로 많이 찾고 있다. 우리은행 영등포중앙지점 관계자는 “세뱃돈으로 쓰기 위해 신권을 바꿔가는 사람이 지난해 설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1만원권보다는 5000원권이나 1000원권 등 소액을 바꾸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42)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줘야 하는데 1만원은 적은 것 같고 2만원씩 주기에는 부담이 커 1만원권과 5000원권을 한 장씩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자 은행들도 소액권 공급을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설을 앞두고 1000원권 신권을 지난해보다 2배 늘려 200만장을 공급했고, 농협은 50% 늘어난 600만장을 준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권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영등포 일대 대부분 은행 지점에서 5000원권 신권이 거의 동났다”며 “날마다 본점에 5000원권 공급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뱃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세뱃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코디’, ‘인사법’ 등의 정보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