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능 원점수 공개하라”… 사생활 침해 우려 수험생 인적사항은 제외

입력 2010-02-11 22:09

교육 당국이 학교 서열화 등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와 등급구분점수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1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08학년도 수능 원점수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학사모가 공개를 청구한 수험생의 원점수 정보 중 성명,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2008학년도 수능 자료 가운데 수험생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수능 원점수와 등급구분점수를 공개해야 한다.

학사모는 수능 등급제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2008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전체 수험생의 원점수, 등급구분점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교과부가 개인정보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학사모가 요구한 것은 수험생의 개인별 인적사항이나 개인별 원점수가 아니라 전체 수험생의 원점수”라며 정보 공개를 주문했다.

대법원은 “공공기관이 공개청구 대상 정보의 기초 자료를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고 그 자료를 검색해 편집할 수 있다면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교과부가 전산기기로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가공해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2008학년도 수능 수험생의 원점수 정보와 등급구분점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점수 정보 가운데 수험생의 인적사항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원심 판결 중 일부를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수험생의 원점수와 수능 등급구분점수가 그대로 드러나게 됨에 따라 교육정책 기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학교 서열화로 인한 학교교육 파행, 사교육 조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성적 공개로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 전체 학생의 학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양성광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원점수 공개에 따른 대책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낸 수능 점수 공개 소송의 확정 판결이 나온 뒤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일단 학사모가 요청한 자료는 조만간 적당한 절차를 거쳐 학생 신상정보를 빼고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선정수 모규엽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