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근로’로 실업률 낮추는 현실

입력 2010-02-11 17:36

지난달 실업자 수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면서 실업률이 급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36만8000명 늘어난 121만6000명으로 2000년 2월 이후 가장 많았고 한동안 3% 안팎에서 움직이던 실업률도 5.0%로 껑충 뛰어올랐다. 청년 실업률은 더욱 심각해 지난해 4분기 7.5∼7.7% 수준에서 9.3%로 치솟았다.

정부는 고용 통계가 악화된 것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일자리가 지난해 말 한꺼번에 없어지면서 실업자로 편입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3월 희망근로 사업이 재개되면 실업률은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업률 통계를 희망근로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희망근로가 어디 일자리인가. 당장 놀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잡일을 시키면서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것이다. 구직 단념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가 461만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근로 20만∼30만명은 실업률 수치를 조금 낮춰줄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이 이미 고용없는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의 ‘국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르면 10억원 투자 시 창출되는 일자리는 1995년 24.4개에서 2005년에는 14.7개로 줄었다. 기술 발달로 모든 게 효율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투자를 늘리라고 대기업만 닦달하고, 대기업은 고용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얻어낼 궁리만 하니 일이 제대로 풀릴 것 같지 않다. 대기업보다는 차라리 투자 대비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견기업을 적극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한쪽으로는 구조조정, 한쪽으로는 고용창출을 주문하는 정책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비스산업 육성도 말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 고용 문제 해결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