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도덕국가와 카지노
입력 2010-02-11 18:45
도박과 내기는 오랫동안 인류를 유혹해 왔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석기시대인들은 사냥 활동이 어려운 겨울이면 동굴에서 내기를 하며 놀았다.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 무덤에선 비취빛 도박 게임판이 애장품으로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파라메데스가 발명한 주사위로 도박을 즐겼고, 로마인들은 마차 경주 내기에 탐닉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귀족들과 카드놀이를 일삼았고, 영국의 헨리 8세는 악명 높은 도박사였다.
도박의 대중화·산업화에는 미국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국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도박에 포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로 인해 1800년대 들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에서 도박산업이 일어났다. 20세기엔 뉴저지주의 애틀랜틱시티와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가 3각축을 이루며 도박산업을 급팽창시켰다.
미국이 주도했던 도박산업의 무게 중심은 최근 아시아로 넘어왔다. 선두주자인 마카오는 2007년 매출액에서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한 뒤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은 지난해 18조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 1월 한 달에만 2조800억원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체들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올린 3개월치 매출액 1조6282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미래 전망도 장밋빛이다. 경제 성장으로 금고를 가득 채운 본토 중국인과 홍콩인, 대만인들이 국경일이나 황금연휴가 낀 날이면 밀물처럼 마카오를 찾기 때문이다. 지난해 3018만명에 달했던 마카오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35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마카오에 자극을 받아서일까. 싱가포르도 최근 카지노 설립을 허용했다. 이달 안에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 1호 카지노를 개장한 뒤 4월엔 ‘마리나베이 리조트’에 2호 카지노를 오픈할 계획이라 한다.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무역·금융 산업만으론 성장 한계를 느꼈을 싱가포르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이해론이 있는 반면, 건국 이래 마약 매춘 도박을 엄격히 금지해 온 아시아의 대표적 도덕국가마저 돈 때문에 도박을 허용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우리나라도 관광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영종도에 들어설 관광레저복합단지에 카지노 개설을 검토 중이란 소식도 있었다. 외화 획득도 좋지만 카지노 산업이 가져올 유무형의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터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