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둔 공군 20전투비행단 ‘조류감독관’ 현동선 준위… 새들과의 전쟁’ 30년

입력 2010-02-11 20:20


공군에서 ‘새 박사’로 불리는 공군20전투비행단 조류감독관 현동선(54) 준위는 오는 6월 전역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비행단으로 출근하고 있다. 통상 전역을 1년 정도 앞둔 군인은 ‘직업보도반’에 들어가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를 한다.

하지만 현 준위는 비행단을 떠날 수가 없다. 겨울철새가 많은 시기에 자리를 비운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현 준위는 11일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비행단 전투태세 검열이 있고 겨울철새 걱정도 돼 전역 마지막 날까지 출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군뿐만 아니라 민간공항사에도 조류퇴치반이 있다. 그러나 조류감독관이라는 직책은 서해안에 자리 잡은 공군20전투비행단에만 있다. 유독 철새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치열한 ‘새들과의 전쟁’을 치른다. 이곳을 찾는 철새는 110여종 30여만 마리. 비행 2시간 전부터 시작되는 전쟁에는 꽹과리와 징은 물론, 자동폭음기와 엽총, 까치 포획틀까지 사용된다. 텃새인 까치의 습성을 이용한 까치 포획틀은 현 준위가 직접 고안한 것으로 비행장뿐 아니라 까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인근 과수원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공로로 그는 2003년 ‘서산군을 빛낸 얼굴’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 준위는 30여년간 조류퇴치 임무를 수행하면서 기존 살상위주 조류퇴치 방식을 조류생태연구로 전환시키는 데 힘써왔다. 그는 “한 민간공항사에서 조류퇴치 요원의 역량을 잡은 새의 숫자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친환경적인 조류퇴치 방법이 대세인데 우리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류퇴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