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걱정된다”-“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축구, 중국에 참패 후폭풍
입력 2010-02-11 23:55
‘한국은 초상집, 중국은 축제집’
10일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국-중국전이 중국의 3대0 승리로 끝나자 한국과 중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 교체까지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반면 중국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집중됐다. 현재 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초기화면으로는 들어갈 수는 있지만 세부 항목을 클릭하면 다운이 된다. 특히 분노한 축구팬들의 원성을 담아내는 팬존 메뉴는 접속을 시도하는 팬들의 폭주로 이틀째 먹통 상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하루 3000여명이 동시 접속하던 게 중국 전 참패 후 수만 명까지 늘어났다. 서버가 다운된 것은 아니지만, 팬존에는 거의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팬 게시판에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 부재와 대표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등 각종 축구 사이트에도 “보는 내내 답답했다. 한국팀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 모션 동작으로 느껴졌다. 날카로움, 정확성, 빠른 움직임 그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았다. 4개월 여 앞둔 남아공 월드컵이 걱정된다”라는 네티즌들의 실망성 글이 폭주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4일 열리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전에서 패하면 허 감독을 교체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대륙은 32년만에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했다며 열광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들은 중국팀이 한국팀을 3대0으로 대파한 소식을 대서특필했고,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칭다오(靑島), 광저우(廣州) 등 중국 각지에서는 10일 저녁 축구팬들이 쏟아져 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인터넷도 온통 축구 얘기로 가득했다. 누리꾼들은 뜻밖의 결과에 흥분했다. 한 누리꾼은 “공한증은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 진실인가, 내가 미래로 뚫고 나온 것은 아닌가”라고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자로 경기를 중계했던 시나닷컴, 텅쉰(QQ)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경기가 끝난 뒤 몇 시간 만에 10만 건이 넘는 댓글이 올라왔다.
한편 일본은 1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2차전에서 3대0으로 이겨 1승1무(승점 4)로 중국과 공동선두가 됐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