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한달, 지구촌 모금한 45억달러 유엔이 집행맡는다는데…
입력 2010-02-11 20:42
아이티 지진 대참사가 12일로 꼭 한 달이 된다. 유례 없는 비극에 전 세계가 경악했고, 사상 최대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이번 지진 이후 각국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금액은 12억 달러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연합은 추가로 3억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민간 성금은 그 배가 넘는다. 186개국 적십자사가 모금한 5억 달러를 합쳐 민간에서 모금한 금액은 3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돈을 어떻게 쓸지는 동상이몽이다. 미국은 이미 아이티 재건 계획을 수립, 지난주 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네 프레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프레발 대통령은 이 안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재건 계획을 작성해 1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아이티 재건회의에서 공개했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은행에 자금 집행을 맡기자고 제안했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미주개발은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이티 정부는 “아이티 국민이 자금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국은 결국 유엔이 주도하는 위원회에 자금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유엔마저도 이미 아이티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 지진 이전에 아이티 치안을 담당하고 있던 유엔 안정화사업단은 생존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줬다. 허핑턴포스트는 “유엔이 재건 사업을 맡으면 대부분 프로젝트를 미국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아이티 내에서는 자신들을 점령한 경험이 있는 미국이 재건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이미 미국의 건설사들이 프레발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재건사업 수주를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이티 재건을 위해 향후 4∼5년간 매년 35억 달러(약 4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진 이전에 아이티가 받은 해외 지원금의 절반이 이른바 평화유지 활동에 투입됐으며, 실제 개발과 재건에 투입된 자금은 25%뿐이었다. 아이티 정부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진 사망자가 23만명이라고 9일 발표했지만 정작 프레발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21만7000명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이티에는 90여명의 한국인이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굿피플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민간 구호단체, 교회와 병원의 봉사자, 국제협력단원 등이다. 한국 유엔평화유지군(PKO) 240명도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복구활동에 들어간다. 100억여원의 민간 모금액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