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국 한국’ 전략 배운다…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100’

입력 2010-02-11 17:32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100/일까 따이팔레 엮음/비아북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국가경쟁력 1위,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 교육경쟁력 1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1위, 국제투명성기구(TI) 선정 반부패지수 1위, 1인당 국민소득 약 4만3000달러.

북유럽 국가 핀란드의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핀란드는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40%를 점유하는 노키아가 대변하듯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사회복지제도들도 잘 갖춰진 대표적인 복지선진국이다.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수도 세계 최고 수준일 정도로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핀란드에 주목하며 ‘핀란드 따라 배우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인구 530만명에 불과한 이 나라가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국가로 자리잡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2006년 판란드가 유럽의회 의장국이 되면서 발간한 것을 번역한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현직 정치인과 관료, 연구소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00명의 필자들은 오늘 날의 핀란드를 만들고 떠받쳐 온 다양한 제도와 특징 등을 소개한다.

국가행정, 사회정책, 국민보건, 문화와 교육, 지방과 시민사회, 일상생활 등 6개 분야로 나눠 100가지 사회적 창안(social innovation)을 설명한다.

리이따 우오수까이넨 전 핀란드 의회의장은 핀란드 힘의 원천으로 여성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꼽는다. 핀란드는 1994년 첫 여성 의회의장을, 2000년에는 첫 여성 대통령을, 2003년에는 첫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 2007년 총선에서 의회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은 41.5%였고, 2008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시의원 중 여성의 비율은 40.9%였다. 핀란드는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간접선출되는 의사결정기구에 성별할당제(어느 성별이라도 40% 이상)를 도입하고 있다.

노사정 3자주의(노사정위원회)도 핀란드를 가장 경쟁력 높은 국가로 이끈 기구다. 근로자 기업 정부가 3자간 협약을 통해 국민생활 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전통은 핀란드 사회통합과 번영의 또다른 힘이다. 요한네스 꼬스키넨 전 법무장관은 부정부패 척결을 꼽는다. 투명한 행정, 폭넓게 적용된 공공성의 원칙, 광범위한 지방자치, 임무가 명확히 정의된 경찰과 사법기관의 구성,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등이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핀란드는 투명한 사회가 됐다고 설명한다.

마르띠 루야넨 환경부 국장은 핀란드인들의 사회적 안정과 생활수준 향상을 가져다 준 것으로 사회주택인 ‘아라바 주택’을 들었다. 핀란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주택부족 사태를 겪었지만 정부가 합리적인 이자율로 공공대출을 제공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 봉급생활자들도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1970년 대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 단체 등이 소유하는 임대주택을 활성화했다. 비영리단체들 중 일부는 빈곤층의 주거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부모들에게 육아의 재량권을 부여한 탁아서비스 제도도 핀란드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출산·양육 휴가가 끝난 후 지자체가 제공하는 탁아보육 서비스와 가정에서 직접 기를 경우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산모에게 육아용품 세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

핀란드에서는 술과 관련된 폐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국가가 주류 이용을 통제하고 있다. 노숙자, 재소자, 장기실업자, 악성 알코올중독자 등 문제집단을 국가가 지원하는 ‘3% 이론’도 핀란드가 자랑하는 사회정책이다. ‘24시간 서비스 주택’ 확충, 연금혜택 보장 등 이들 집단을 지원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비용은 이들 그룹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는 훨씬 적다는 게 핀란드의 경험이다.

치의학자들이 연구해 1975년 선보인 자일리톨껌은 치아관리를 간단하고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수단이었다.

핀란드는 또 대학들이 지방에 고르게 분산돼 있다. 50년대 말까지도 대학은 헬싱키에 집중돼 있었지만 법 제정 등을 통해 대학교육의 지방 분산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이를 통해 지방에 대학들이 늘어나 누구나 어디에 살든 대학교육의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됐다.

연간 총소득의 1% 정도를 후진국 개발협력사업이나 NGO 단체에 기부하는 ‘1% 운동’이 활성화된 것도 핀란드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루 세 끼나 한두 끼를 굶어 모은 돈을 기부해 굶주리는 이들을 돕는 ‘단식일 운동’은 핀란드 적십자사 간부가 20년 전 내놓은 창안이다. 성금은 핀란드 적십자사의 재난구조기금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핀란드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느낄 수 있다. 우리와 시대적,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만 그들이 채택해 발전시켜 온 다양한 제도와 사회적 창안들 중에는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