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 펴낸 손낙구씨
입력 2010-02-11 17:30
“가난한 유권자들이 자기 계급에 반해 투표하고 있다는 기존 분석과 달리 철저하게 계급·계층 투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민주노총 대변인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지낸 노동운동가 손낙구(47)씨는 최근 출간된 저서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수도권 편’(후마니타스)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책은 수도권 66개 시군구 1186개 동네(읍면동)별로 주민들의 경제·사회적 특성과 투표 행태와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년 전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주거 극빈층의 삶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손씨는 2006년 8월부터 관련 통계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이 진짜로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삶과 생활을 통계를 통해 그려보고 싶었다. 실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안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자료 분석에 매달린 그는 전체 16개 시도, 234개 시군구, 3573개 읍면동 중에서 수도권을 집중 분석하는 데도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1660쪽의 ‘수도권 편’이 빛을 보게 된 것. 책에는 읍면동별로 주민들의 학력, 직업, 종교, 주택 소유여부, 주거 형태, 정당 득표율 및 지지율 등의 통계자료와 함께 이에 대해 간단한 분석이 실렸다.
그는 “동네 단위로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집을 한 채 이상 소유했거나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인 부유층은 대체로 투표율이 높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 무주택자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은 현재의 야권 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 계층투표 양상을 보였지만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서울 강남구에서도 논현1동과 역삼1동은 투표율이 저조했고, 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 동네는 무주택자의 비율이 70∼80%에 달하고, 반지하에 사는 주민의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높은 특징이 있다. 손씨는 “이런 결과들은 주민들의 투표행태가 계급·계층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입증한다”며 “이런 경향은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분석결과 막연하게 느꼈던 동네의 실제 모습과 주민들의 투표 행태가 손에 잡혔다”면서 “팩트(fact)에 근거한 자료이기 때문에 학계의 한국 정치·사회 연구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와 개발의 관계를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한 ‘부동산 계급사회’(2008)를 펴내기도 한 손씨는 다음 달 건국대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노동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할 계획이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